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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가 고시보다 어렵네요"

입력
2001.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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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권투가 사법시험보다 어렵네요." 지난해 12월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정섭(30)씨가 제37회 서울시 신인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 라이트웰터급(63.5㎏이하) 1회전에서 '낙방'의 쓴 잔을 마셨다.예비법조인 이씨는 26일 한국체육대학 오륜관에서 열린 대회 일반부서 이규태(한국복싱체)를 맞아 선전했으나 아쉽게 판정패했다. 연세대 법학과 4학년인 이씨는 경기 때문에 이날 졸업식에도 불참, 패배의 아쉬움이 더욱 컸다.

이씨는 유니폼이 없어 파란색 상의에 검정색 매직으로 'V 승리'라는 승리체육관 로고를 직접 그려 입는 등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링에 올랐다.

스파링 경험도 전무한 이씨는 1회 왼손 스트레이트를 수차례 적중시키며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2회들어 체력열세 탓인지 상대를 여러 차례 끌어안다 벌점을 당했다.

3라운드가 끝난 뒤 근소한 차이로 상대선수의 손이 올라가자 이씨를 지도한 박영섭(50) 관장은 억울하다는 듯 본부석에 항의했고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씨는 "기회가 된다면 좀더 연습해서 다음달 전국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편 이씨 외에도 이 대회에는 서울대 재학생, 현직교사 등 '책상물림 선수'들이 대거 출전,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씨와 동급인 라이트웰터급에 출전한 서울대생 김지우(22ㆍ건축학과 3)씨는 이날 8강전서 압도적인 경기내용으로 3회 기권승(RET)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고 같은 학교 현정호(22ㆍ동양화과 3)씨 역시 웰터급(67㎏이하) 8강전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권투를 시작한지 4개월만에 13㎏를 뺐다는 청량중 체육교사 김재익(32ㆍ신도체)씨도 27일 최원재(거인체)씨와 라이트헤비급(81㎏이하) 준결승전을 갖는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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