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이사를 하면서 인터넷 덕을 보았다. 이사업체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서 견적을 의뢰했더니 6개 업체가 응모했다.응모서에는 각기 다른 가격과 그 가격을 제시한 이유는 물론 앞서 이 업체를 이용했던 고객들의 평가까지 실려있어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를 쉽게 고를 수 있었다.
그 사이 살림이 늘었을 텐데 가격은 2년전보다 10% 이상 쌌고 무엇보다 살림살이를 정성껏 옮겨주었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업체간의 차이도 크겠지만 인터넷을 통해 한 개인이 평가기관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체로서는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으니 박리다매도 가능해졌을 것이다. 서울에 사는 친구도 대구에 사는 언니가 대형냉장고를 물려주었는데 역시 인터넷 덕을 봤다고 한다.
서울과 지방을 다니는 화물차의 자투리 공간을 싸게 파는 사이트가 있어서 신청한 결과 불과 6만원에 집에서 집으로 배달을 해주더라고 했다.
수많은 고객을 곧바로 연결해주는 인터넷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정부조달업무를 든다. 전세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를 고를 수 있으므로 국가예산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남들이 다 아는 인터넷의 장점을 새삼 이야기하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의 해법을 여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지난 한 햇동안 의사파업과 폐업으로 온갖 소동을 치르고도 의사와 약사, 또 환자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던 의약분업이 주사제 포함 여부를 놓고 다시 끓어오를 조짐이다.
명목상 이유는 이렇다. 의사들은 주사제 처방이 진료행위라는 것이고 약사들은 조제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의료소비자들은 '다들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고 하니 어느 누구도 못 믿겠다'고 한다. 실제로 의약분업이 시행된 후 각 가정에서 감기 같은 소소한 병으로 치료를 받는데 드는 비용이 1.5배 정도 늘었다.
게다가 병원과 약국을 옮겨다니느라 더 불편해졌다. 이 같은 불편은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항생제 처방조차 더 늘었다고 한다.
물론 의사나 약사의 이기심을 조절하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인간을 움직이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것은 1980년대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잘 보여준다.
결국 의사도, 약사도, 소비자도 만족하려면 중간 마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부자는 돈을 더 내고, 가난한 사람은 돈을 덜 내는 대신 모든 사람이 골고루 의료혜택을 받자는 것이 의료보험의 만들어진 뜻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액진료는 자비부담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 보험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하다. 결국 해결책은 유통마진(?)을 인터넷의 힘으로 대폭 줄이는데 있다.
건강보험공단 종사자에겐 안된 말이지만 보험가입자들이 내는 돈 가운데 공단 종사자 1만2,000여명의 임금과 관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의사와 약사에게 직거래로 가는 비율을 늘일 수 있다면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족하는 새로운 대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갈수록 고갈되어간다는 연금과 연금관리공단의 관리 역시 같은 원리로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 진지하게.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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