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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반군 3,000km 평화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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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반군 3,000km 평화 대장정

입력
2001.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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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의 비무장 평화 대행진.'멕시코에서 7년전 원주민인 인디오와 농민들의 권익 보호를 내세우며 무장봉기했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EZLN)이 근거지인 산 크리스토발을 출발해 수도 멕시코시티까지 장장 3,000㎞의 평화 대장정에 나섰다.

'멕시코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반군 지도자 마르코스는 25일 산 크리스토발에서 2만5,000명의 반군과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출정식에서 "원주민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유의 검은 복면과 마오쩌둥(毛澤東) 모자로 얼굴을 가린 그는 반군지도자 및 원주민협의회 회원 24명과 함께 버스에 오르기 직전 분신이나 다름없는 자동소총을 부하에게 맡겼다.

반군은 3월11일 멕시코시티에 도착할 때까지 12개 주를 돌며 평화의지를 과시할 예정이다. 반군 지도자들이 탑승한 버스 뒤에는 국내외 지지자, 외국 취재진들이 탑승한 버스와 트럭 50여대가 줄을 이었다. 멕시코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헬기 2대와 연방경찰 및 군 병력 3,500여명을 투입했다.

멕시코의 고질이 되다시피 한 반군문제가 평화행진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게 된 것은 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원주민 유화정책에 힘입었다.폭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선거공약을 곧바로 실천에 옮겨 원주민 권익옹호법안의 의회 상정과 함께 반군 거점부근의 병력철수를 지시하고 반군 포로를 석방했다.

그러나 반군은 에르네스토 세디요 전 정권과 산 안드레스 협정까지 맺었지만 배신을 당한 경험 때문에 선뜻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협상 전제조건으로 정부군의 치아파스주 완전 철수와 반군포로 완전 석방 등을 요구해 왔다. 양측은 그러나 평화회복을 위한 상대측 의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문제해결을 위해 상호 협조적이다.

반군의 이번 평화행진은 폭스 정부가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평화노선을 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원주민 인권옹호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여당의 과반의석 미달로 제도혁명당(PRI) 등 야당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에 여론을 모을 필요도 있다. 반군이 내달 11일 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폭스 대통령이 평화행진을 적극 지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ZLN은 가난에 찌든 원주민과 농민들이 1994년 1월1일 산 크리스토발에서 마르코스를 중심으로 무장봉기를 일으키며 결성됐다. 이들은 이후 140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치아파스주의 6개 도시를 장악하는 등 세력을 떨쳤지만 정부군의 반격으로 밀림으로 밀려들어갔다.

멕시코 전체 인구 1억명 중 10%를 차지하는 원주민은 거주지역인 남부 멕시코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인데 비해 역대 정권과 기업가들이 부를 독식, 대부분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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