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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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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독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

입력
2001.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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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2월27일 밤 베를린의 독일 국회의사당 건물에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다. 한 달 전인 1월30일에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선동가 아돌프 히틀러를 총리로 지명해 독일에는 제3제국이라고 불리게 될 나치 체제가 막 출범한 참이었다.나치스가 합법적으로 집권할 수 있을 만큼 바이마르 민주주의에 대한 독일인들의 불신은 컸다. 독일인들 다수가 보기에 민주주의는 실업자들을 구제하지도 못했고, 프랑스에 대한 원한을 풀어주지도 못했고, 위대한 독일을 건설할 뜻도 힘도 없었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좌익 행동대원인 마리누스 반 데어 루베라는 사나이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나치스는 이 사건을 독일 공산당이 체제 전복을 꾀하며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공표하고, 다음날인 28일 '민족과 국가의 보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 명령'을 내려 공산주의자들을 비롯한 사회주의자 민주주의자 등 반나치 정파에 대해 무차별 탄압을 시작했다.

이 사건을 꼬투리 삼아 대대적으로 전개된 반공 캠페인 덕분에, 이미 제1당이었던 나치스는 그 해 3월5일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다시 93석을 추가하는 압승을 거두어 일당 체제의 기초를 닦았다.

이 방화 사건과 관련해서 루베만이 아니라 바실 타네프, 블라고이 포포프, 게오르기 디미트로프 등 불가리아 공산주의자들과 독일 공산당 소속 국회의원 에른스트 토르글러가 기소되었는데, 그 해 12월 국사재판소(國事裁判所)는 루베 한 사람에게만 사형을 선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공산주의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나치가 조작한 사건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현실감이 없었던 소영웅주의자 루베가 혼자 저지른 짓이라는 견해도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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