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하늘위에 둥실 떠 있다; 사다리를 타고 책위로 올라가 하늘을 보고, 책을 타고 하늘을 날아간다.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이 의자와 함께 공중에 떠 있기도 하고, 책을 가득 실은보트를 타고 가는 여인도 있다.독일의 화가,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빈트 무흐흘츠(44)의 그림들은 책의 비밀스런 모습들을 신비하게 드러낸다.
우리 독자들에게는 요슈타인 가더의 '소피의 세계' 표지화로친숙한 작가이다. 부흐흘츠가 그린 46컷의 그림들이 세계적 작가들의 글과만났다.
'책 그림책'(민음사발행)은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세스 노터붐, 수잔손탁, 아모스 오즈 등 각국의 저명한 작가들이 부흐흘츠의 그림에 붙인 짧은 감상문을 모은 책이다.
부흐흘츠의 그림의 배경은 거의 언제나 광대하게 펼쳐진 하늘이다.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텅 빈 하늘이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의 그림에서 책은 하늘로 상장되는 대자연과의 만남을 매개하는 상징이다.
문명의 질곡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하기 위해 그는 '보상없는 행위'인 책읽기라는 주제에 천착한다. 초원에 모자를 쓴 남자가 우산 하나 달랑 들고 책에 둘러싸인 채, 책위에 앉아 있다.
그의 머리 위에는 광활한 하늘에 둥근 해가 떠 있다. 밀란 쿤데라는 부흐흘츠의 그림에 이런 글을 붙였다.
"그는 이웃사람들, 동료들, 자신의 아이들, 애인 아내에 의한 저 끊임없는 감시가 고통스러웠다.... 다음날 아침 다섯시에 그는 모자를 쓰고 몇권의 책과 우산을 집어들었다.
서른 세 시간을 걸어간 후에 그는 텅 비어있고 전망이툭 트인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영원히 그곳에 있겠다고 결심했다.....
혼자 있을 수있다는 것은 정말 완벽한 행복이었으므로 그는 그러한 행복을 순수한 상태로 즐기고 싶었다."
다른 작가들도 책이 주는 해방의 의미를 이야기 한다, 요슈타인 가더는 '지평'에서 영원하고 지속적인 정보의 활동-제도의 좁고 무의함을 말하면서 과감하게 그 틀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을 역설한다.
수잔 손탁은 '책을 덮고 자는 아이' 그림을 통해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있다. 심지어는 나를 덮고 있는 책으로부터도. 위에는 책이 있고, 아래에는 땅이 있다. 나는 대지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라는 시적인 글을 기고했다.
책이 출간된 계기는 이렇다. 부흐흘츠는 1996년 자신이 작업한 이 그림들을 뮌헨의한 출판사로 가져왔고, 출판사 측은 세계의 저명한 작가들에게 그림의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짧은 글을 써달라고 했다.
부탁을 받은 46명의 작가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부흐흘츠의 그림에 부칠 글을 보내왔다고 한다.
부흐흘츠의 그림은 동화를 들려주듯이 나지막하게 책 쓰기와 읽기의 내밀한 심리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 공통적인 것은 문명과 자유의 대립, 억압과 해방의 영역 사이에 위치한 책 혹은 작가의 운명이다. 그의 그림과 작가의 글은 모든 것에 대한 사유의 실마리를 영감처럼 제공한다.
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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