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에 예금할 경우 세금과 물가상승분을 빼면 실제 손에 쥐게 되는 이자는 연 1%대에 불과한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할 조짐이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직후 연 20%를 넘는 고금리 때와는 또 다른 각종 증후군이 사회 곳곳을 침투하면서 저금리 시대의 '빛과 그늘'을 연출하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지만 구조적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자산운용상의 역(逆)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잇따라 인하해 실질예금금리가 1%대로 추락, 사회ㆍ경제적으로 다양한 저금리 증후군이 양산되고 있다.
우선 금융자산 보다는 실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시장 침체로 빛을 보지 못했던 경매 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7일 서울 논현동 차병원 인근 근린주택은 최초감정가가 13억9,272억원에 불과했지만 무려 16억1,25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115.78%에 달하는 등 감정가보다 낙찰가가 높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도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 소유자들이 금리 보다 훨씬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동 매일공인중개사무소 황정숙(黃貞淑) 사장은 "양재동의 경우 지난해 7대 3 정도이던 전ㆍ월세 비율이 최근 3대 7로 역전됐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도 저금리 태풍이 거세다. 이른바 '저금리 수혜주'로 불리는 증권주가 '1월 랠리'를 주도, 증권업종지수가 지난해말 800.92에서 20일에는 1,537.42로 두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자생활자들이 턱없이 줄어든 이자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반면 오히려 가계빚이 많은 사람들은 대출금리 하락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도 하다.
낮은 대출금리를 이용해 은행 대출을 받아 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각 금융기관 수신금리를 꼼꼼히 비교해가며 '금리 쇼핑'에 나서는 이들이 속속 눈에 띄는 것도 저금리 시대의 또 다른 풍경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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