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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증후군 실태 / "차라리 월세로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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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증후군 실태 / "차라리 월세로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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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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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원동 한신아파트 34평형을 소유하고 있는 최모(43)씨는 최근 전세값을 기존 1억7,000만원에서 3,000만원이나 올려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를 내놓았다.2년전 연 9%의 금리에 전세금을 정기예금에 넣어 매년 1,200만원 가량의 이자를 받았지만 이제는 금리가 최고 연 6.5%에 불과해 이자수입이 900만원 안팎으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사철 '전세 품귀' 현상과 맞물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들어오겠다는 문의가 빗발치자 생각이 달라진 함씨.

중개업소측과 상의를 한 끝에 아예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50만원의 월세로 바꿔 내놓았다. 월세 수입만도 연 1,800만원에 달하니 굳이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예금 금리가 급락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을 급격히 부추기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매물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대형 아파트까지 심심찮게 월세로 나온다.

중소형 아파트 밀집지역인 노원구의 경우 임대 매물 중 월세 비율이 80~90%까지 치솟는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월세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직후 월세가 크게 늘어난 것이 고금리로 인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들 때문이었던 반면, 최근 월세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자수입에 만족하지 못하는 집주인들 때문"이라는 것이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뜩이나 전세 물량이 적은데다 이사철까지 겹쳐있는데 임대 매물이 월세로만 집중, 전세 품귀 현상을 가속화하면서 전세값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말 평당 전세가격이 363만8,800원이었지만 2월 현재 370만2,400원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지난해 주식 투자로 낭패를 본 뒤 주식에서 손을 뗐던 회사원 문모(33)씨는 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13~15일 실시된 한국통신IMT 일반 공모에 참여했다. 공모가가 주당 1만8,000원인 만큼 장외에서 2만5,000원 이상에만 팔아도 최소한 이자는 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아직 은행에서 돈이 이탈해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조짐은 미미한 편. 하지만 M씨처럼 일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낮은 대출 금리를 이용해 주식 등에 투자하는 사례가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연 8% 안팎에서, 신용대출은 연 10~12%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호황을 구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도 전체적으로는 침체돼있지만 근린주택, 상가 등 고정적인 임대 수입이 가능한 수익성 부동산에 관심이 쏠리는 한편 경매시장에서 감정가를 훨씬 넘는 금액에 낙찰이 이뤄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경매컨설팅업체인 디지털태인 최문진(崔汶辰) 북부지사장은 "2개월 전에 비해 경매컨설팅 의뢰 건수가 2배 이상 폭증하는 등 이상열기가 감지된다"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경매 물건이 증가한데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자금 일부가 경매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상품이 호황을 누린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해 12월 5조2,441억원이 빠져나갔던 MMF 잔고는 1월 들어 9조7,307억원 증가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1일까지 6조5,923억원이 증가했다.

조흥은행 서춘수(徐春洙) 재테크팀장은 "금리가 내려가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고객들의 혼란이 가중되며 각종 긍정적, 부정적인 현상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대출을 통한 주식투자, 전세의 월세 전환 등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때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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