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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도올비판 제대로 알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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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도올비판 제대로 알고해야

입력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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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세기말인 작년과 재작년에 중국 문화계에서는 한바탕 독설(毒舌) 전쟁이 일어났었다. 발단은 왕쒀(王朔)라는 인기작가에서 시작되었다.소위 피이쯔(?子)문학 _ 건달문학, 일부 비평가들의 설에 따르면 사실상 그의 소설은 엄숙문학에 더 가깝다고 한다_ 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왕쒀는 "나 건달인데 뭐가 무서워 말 못하겠냐!"는 '방어무기'를 들고 모 잡지에 '개 눈으로 세상 보기'라는 우스운 칼럼을 만들어 개로 자처하면서 신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선생에서부터 무협소설의 대가 찐융(金庸)'대협(大俠)'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명 문인들을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지위에 있는 유명인사를 왕쒀가 비판했다는 사실 자체가 전 중국을 놀라게 하였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경악, 분노, 수긍, 지지... 하여튼 거의 일년동안 중국의 신문의 문화면은 온통 왕쒀가 또 누굴 욕했다는 기사들로 장식되었다.

왕쒀가 욕을 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유명인이 될 수 없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왕쒀 현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는 사회적인 이슈로 되는 위와 같은 문화적인 사건을 '문화현상'이라고 표현하며 '무슨무슨 현상'이라고 구체적인 이름을 달아놓는다.

중국의 이런 문화 현상들은 어떤 면에서는 정치 현상보다도 그 파급력이 대단하여 순식간에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소위 문화인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한다.

근년에 전국을 강타한 여러 현상들_ 문인체 역사산문을 출현시킨 위이츄위(余秋雨) 현상, 대표적인 대도시 신세대 여작가인 웨이후이(衛慧)현상, 이름난 입 즉 지식인 출신 MC가 등장한 밍쭈이(名嘴)현상,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오싱젠(高行健)현상 등이 그런 예이다.

중국은 문맹 숫자가 방대하지만 문화인 숫자도 방대하다. 전 사회에 미치는 문화 현상은 문화적인 풍토를 조성하고 문화인들의 구미를 높여주는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문화인, 지식인 측면이 강조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현상과는 구분된다.

그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적인 문화현상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봤다. 문학표현의 선정성 논란이거나 삼행시, 엽기 문화 같은 것들은 결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그런 의미의 문화 현상이 아님이 분명하다.

중국의 문화인들이 다재다능한 문인문화를 추구한다면 한국의 문화인은 어떤 종류의 시각에서 오로지 학문이라는 학자형의 문화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문화계는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어떤 종류의 기준에 의해서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러한 편견에서 출발하여 한국에는 내가 찾는 그런 의미의 문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결론을 내렸었다.

적어도 도올 선생의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도올 선생의 강의는 나한테는 참 경이롭다.

동서고금을 관통한 그의 박식함과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언어표현의 자유로움에 깜짝깜짝 놀랄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중국의 젊은 세대로서 나름대로 고전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한테 도올 선생은 방대한 양의 숙제를 내주고 있다.

사실상 나는 도올 선생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도올 선생의 강의내용과 견해에 대해 비판하려면 적어도 그 절반 이상 수준의 지식을 갖추어야 제대로 된 비판이 이루어질 것 같다.

내가 도올 선생의 일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도올 선생 역시 뭇 사람들과는 다른 도올만의 강의를 진행할 권리가 있다.

만약 중국 문인들이 다 나처럼 한국 원어로 도올 선생의 이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과연 어떤 형태의 도올 현상이 나타났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추웨이쿠웨이후아ㆍ 안양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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