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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무기도입' 국익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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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무기도입' 국익이 최우선이다

입력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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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전투기(FX)사업과 관련한 무기도입과정에 미국 신행정부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기도입과 관련한 로비의혹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냉전의 종식이후 무기시장은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경쟁국 업체간의 물밑경쟁은 오히려 더욱 가열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마디로 무기시장은 공급자중심에서 수요자중심으로 변했으며, 무기생산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로비 수위를 보다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내년 초까지 10조 6,000억원에 달하는 무기를 구매해야 할 한국에 세계각국의 경쟁업체들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도입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우리 군 전력향상에 가장 필요한 무기들을 예산 낭비 없이 구입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우리는 그동안 무기도입과정에서 많은 실수들을 반복해왔지만 아직은 합리적인 무기획득체계를 확보했다고 자신하기 힘들다.

율곡사업에 얽힌 비리가 기억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우리는 국제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무기를 구매했다거나 잘못된 부품의 구입으로 전력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보도들을 접하게 된다.

물론 무기 시장이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유사시 주한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무기나 필요한 부품들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호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호환성이 중요하다 해도 가격경쟁 면이나 무기의 성능을 전혀 무시한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 사실상 한국은 그동안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무기도입선을 다원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러시아의 탱크나 헬기, 영국의 연습기, 독일의 잠수함, 프랑스의 미사일 등은 우리 군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구입한 장비들로써 전력향상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쟁업체에게도 필요한 자극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무기구입이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악용되거나, 무기 중개상들의 개입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보여주지 못할 때 발생한다.

사실상 무기만큼 값비싸고 소모적인 상품도 드물다. 상당수 세계인구가 기아선상에서 연명하는 이 순간에도,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노력과 군사비지출은 그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평화를 수호하는 5대 유엔 상임이사국들이 무기판매 순위에서도 1위부터 5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무기판매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상임이사국들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무기거래의 증가는 국가간의 소모적인 무기구입경쟁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그렇지만, 외부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구입 자체를 막을 명분은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계획에 입각하여 무기구매를 진행하도록 권장하되,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무기거래에 종사하는 전문인력들이 충분한 정보와 경험을 축적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회에서 제기된 로비의혹설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진행중인 사업들을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며 기종의 선택시 국민들에게 그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실패로 인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소요되고 100만에 가까운 실업인구가 경제적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기 도입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이상 무기구매가 외교적 선심공세의 대상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홍규덕ㆍ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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