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하에서 북미 관계는 어떤 궤적을 그릴 것인가.미국이 21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과 제네바 핵 합의에 대한 파기'를 경고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역효과론'으로 응수, 향후 북미 관계의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사일-美'先검증 後조치'확고
미사일 '진의(眞義) 검증' 전문가들은 향후 북미 관계가 어떤 좌표를 설정할 지는 양측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양측이 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사일 문제에서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클린턴 행정부하에서 이뤄진 미사일 협상의 성과를 부시 행정부가 인정할 것이냐 여부다.
1996년부터 미사일 협상을 시작한 양측은 지난 해 콸라룸푸르 회담 이후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는 인공위성 대리 발사로, 중ㆍ단거리 미사일 수출 중단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간접지원으로 보상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문서 보장' 요구와 북한의 '선(先) 방문 후(後) 선물제공' 주장이 맞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양측 대화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 행을 시도할 만큼 무르익었던 게 사실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너무 많은 선물을 주려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사일 포기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향후 미사일 협상에서 부시 행정부가 요구할 '검증'의 강도가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시설에 대한 현지 검증을 요구할 경우 북미간 미사일 협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점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21일 담화에서도 "미국은 (우리의 제안에 대해) 심중히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대화 의지를 시사했다.
미국도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건설적 해결을 바란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견의 접점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 의혹해소 싸고 평행선
북한의 핵 합의 준수로 인한 전력손실 보상 요구와 미국의 북한 핵 의혹에 대한 검증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2003년까지 완공하게 돼 있는 경수로 건설이 막연하게 되고 지난해 10월22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 중유제공 일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미국은 응당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인한 우리의 전력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핵 합의는 북한의 핵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어 불완전한 장치라는 전제 아래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미 공화당 일각에서는 경수로 제공을 화력발전소 건설로 대체하거나 매년 50만톤의 중유를 공급하기로 한 약속에 수정을 가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유의 변함없는 지원 등을 무기로 과거 핵 의혹 규명을 앞당기려 할 경우 북한측의 반발을 불러올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에도 불구, 핵 합의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지키는 한 우리도 지킨다"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나 "우리는 핵 합의를 준수하는 데에서부터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는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 등은 미국이 핵 합의의 근간을 먼저 흔들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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