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인(30)은 팔색조 연기자다. 젊은 탤런트 중 드물게 폭 넓은 연기를 펼친다. 그가 또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시청률 30%대의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MBC 시트콤 '세친구' 에서 윤다훈 박상면과 함께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정웅인은 3월 중순 방송될 MBC 대하사극 '홍국영' 의 주연을 맡아 처음 사극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다음달 촬영에 들어갈 영화 '불타는 우리집' 에서 주인공 역에 캐스팅 돼 정통 연기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 연기자가 다양한 장르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홍국영' 의 연출자 이재갑 PD와 '세친구' 의 연출자 송창의 PD는 정웅인은 충분히 세 역할을 소화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21일 MBC스튜디오와 대본 연습실에서 본 정웅인의 PD들의 장담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26일 방송될 '세친구' 녹화장에서 여자 친구의 부탁으로 속옷 패션 모델로 나서 웃기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더니, '홍국영' 대사 리허설에선 홍국영을 견제하는 카리스마 강한 정후겸을 무난하게 창조해냈다.
'세친구' 에서 윤다훈과 박상면이 과장된 몸짓과 대사로 웃음을 유도한다면 정신과 의사인 정웅인은 정상적인 대사와 표정 연기로 시트콤의 균형을 잡으며 시청자를 웃긴다.
"배역은 두렵지 않아요. 극중 인물을 소화하면서 제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95년 단역 연기자로 출발해 처음 사극에 출연한다는 정웅인의 소감이다. 그가 '홍국영' 에서 맡은 배역은 조선 정조 때의 부왕 홍국영과 맞서는 반영웅적 인물인 정후겸이다.
정도를 걸으며 입지를 굳혀가는 홍국영을 권모술수로 위기에 몰아넣지만 오히려 자신이 몰락하는 인물이다.
정웅인의 선이 뚜렷한 외모와 강한 눈빛은 권력 장악을 최대 목표로 삼는 정후겸에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사극은 연기자가 한번쯤 통과해야할 의례라고 생각합니다. 상당수 연기자들이 반영웅적 캐릭터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다양한 연기를 배울 수 있는데다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도 줄 수 있어 좋습니다."
그가 특히 이번 사극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이유가 또 한가지 있다. " 정후겸은 역사적 인물이 아닌 가공의 인물입니다.
시청자들이 훗날 홍국영에 관한 드라마를 다시 본다면 '정웅인표 정후겸' 을 기억할 수 있도록 연기를 하겠습니다."
출소를 앞둔 죄수가 일반 가정에 들어가 사회적응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영화 '불타는 우리집' 에서도 정웅인은 주연이다.
" '반칙왕' '북경반점' 등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다 보니 드라마와 다른 영화적 연기의 특성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 주연을 한 만큼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도 다질 생각입니다."
상충하는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정웅인의 힘은 연극무대 경험에서 나온다. 고교 재학시절부터 줄곧 연극무대에 선 경험이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할 수 있게 한 원천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하지만 정웅인의 약점은 연극적 연기의 색깔이 강해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기는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이다.
일선 연출자들은 드라마 '국희' 나 '빗물처럼' 에서 멜로 연기를 할 때 너무 힘이 들어가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정웅인이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한다.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정웅인이 과연 그의 말대로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정웅인표 캐릭터를 창조할 지 주목된다.
정웅인은 카리스마 강한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지녔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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