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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초등학교 '도시애들' 급증 / "부모가 부도나서…이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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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초등학교 '도시애들' 급증 / "부모가 부도나서…이혼해서…"

입력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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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자란 S(6)군은 일주일 후면 경북 봉화군의 '산골'학교에 입학한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에 의해 이 곳 할아버지 댁에 맡겨진 때문. 서울내기인 L(11)군도 시무룩해 있다.지난해 아빠(42)의 부도로 새 학기를 할머니댁이 있는 전남 완도군 바닷가 학교에서 맞게된 것. "동네 애들은 말투도 다르고, 오락도 잘 안해요. 다시 서울에 가고 싶어요."

농ㆍ어촌 초등학교마다 '도시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경제난 속에서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자녀를 지방의 부모, 친척집에 부탁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태

과거 농촌지역 초등학교들은 이농(離農)현상 등으로 학생수가 줄어 온 것이 상례.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취학아동이 늘어나는 역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군의 내달 초등학교 취학예정 어린이는 403명으로, 지난해(321명)에 비해 26%나 증가했다.

인근 함양군 역시 지난해(446명)보다 57명이나 늘었다. 특히 신천ㆍ생비량ㆍ오부(산청), 마천ㆍ지곡ㆍ서하(함양) 등 산간지역의 초등학교는 최고 4배까지 취학아동이 급증했다.

지난해 취학 아동이 전년도보다 1,783명이 줄었던 경북지역도, 올해는 서북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오히려 1,120명 늘었다.

경북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어린이가 도시지역에서 유입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학생 수도 지난해부터 치솟고 있다. 충남 당진 계성초등교는 지난해 전학생 200여명 중 20여명이 서울 등 대도시 출신이었고, 충남 천안 신계초등교는 수도권 출신 30여명을 포함해 전학생이 70여명에 달했다.

도서지역인 전남 신안군 임자초등교(학생수 172명)도 지난해 대도시에서 전학온 어린이가 15명이나 됐다. 특히 전남 완도군 청해초등교는 전체 재학생 80명 중 30여명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이다.

■학교 부적응

시골학교의 도시 어린이들은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당진 계성초등교 유인종(劉仁鍾ㆍ52) 교감은 "교사들이 관심을 갖고 도시출신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아이들이 연로한 조부모와 친척들과 살고 있어, 가정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경북 울진군의 한 초등교사는 "도시에서 온 아이들의 결식비율도 지역 학생들에 비해 높다"며 "도시출신 전학ㆍ취학생 증가는 워낙 이례적인 현상이어서 솔직히 학교도 미처 대처를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정서적 배려 필요

각 시ㆍ도교육청은 내달 초 '귀향 어린이'들의 실태조사를 거쳐 무료급식, 시설지원 및 교원 수 조정 등의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정서적 대책도 주문하고 있다.

연세대 전우택(全宇鐸ㆍ정신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부모와 헤어지는 것을 '내가 잘못해서 버림받았다'는 죄의식으로 인식한다"며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문화 충격, 경제적 어려움, 마음의 상처 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李那美)씨도 "이런 아이들에게는 반항ㆍ우울증ㆍ무감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학교와 주변 어른들이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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