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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현지실태조사 이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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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 현지실태조사 이승훈교수

입력
200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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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단전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발전설비부족에 있습니다. 경쟁체제 도입과는 관계가 없어요.경쟁체제가 도입된 1998년이후에는 발전소 건설이 활성화했지만 그 이전에는 발전설비가 늘어나지 않았어요. 이게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정부나 노조는 이 사태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됩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현지 전력실태조사를 다녀 온 이승훈 한국계량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25일 "전력산업개편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할 경우 적정전력예비율 확보가 아주 중요합니다"고 말했다. 독과점산업의 가격결정이론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 교수를 만나봤다.

-캘리포니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 마디로 전력공급부족에서 비롯됐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발전소 설립인가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석탄화력은 아예 불가능해요.

환경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발전설비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이은 가뭄으로 인근 주(州)의 수력발전량이 급감, 전력반입이 어려워진 반면 수요는 예상과 달리 폭증했습니다."

-주 정부의 수요예측이 잘못된 것입니까.

"수요예측도 잘못됐지만, 엄밀히 말해 수급계획에서 큰 착오를 일으켰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전력 자급이 안돼 전력소비량의 약 25%를 인근 주에서 사왔으며, 지속적으로 사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 결과 1990년대 중반의 가스발전소 설립시도가 과잉설비라는 주장에 밀려 좌절됐고, 지난해 3월에도 모하비(Mohave)화력발전소가 헐값에 팔렸습니다."

-단전사태는 경쟁체제 도입과 무관하다는 의미입니까.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 전력산업구조 개편은 소매요금을 동결한 채 도매요금만 경쟁토록 한 절반의 경쟁체제입니다. 때문에 지난해 5월 이후 소매가격은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도매가격이 급등하자 배전회사들은 파산위기를 맞았던 것이지요.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발전설비 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쟁체제가 출범한 해는 1998년입니다.

발전소 건설에는 최소 3년이 소요되는 만큼 기존의 투자부진은 그 이전의 일이었다는 의미지요. 경쟁체제도입 이후 발전소 건설은 오히려 활성화했고 올 여름부터는 여러 발전소가 속속 가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로스엔젤레스(LA)와 쌔크라멘토의 경우 같은 캘리포이나에 있는 도시이지만 전력사정은 정반대인데..

"캘리포니아 전체가 경쟁체제로 전환할 때 로스앤젤레스(LA) 시정부는 이에 반대, 기존체제를 고수했습니다. LA지역은 캘리포니아 전력사태에도 불구,끄떡 없습니다.

LA는 전력과잉투자로 지탄의 대상이었다가 이제는 남아도는 전력을 비싼 값에 팔게 되어 만년 적자에서 벗어날 호기를 맞았지요.

반면에 경쟁체제를 선택한 쌔크라멘토 시정부의 전력사정은 정반대입니다. 자체 발전설비가 부족하여 비싼 값으로 외부 전력을 사들여 와야 하기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캘리포니아 전력사태의 원인이 경쟁체제도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설비부족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전력수급안정을 위한 대안은..

"발전소 설립을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내가 안지으면 남이 짓는다'는 것을 발전업자들에게 인식시켜, 투자를 하지 않고 가격을 높이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수요예측 책임을 전력수요자와 최일선에서 만나는 소매공급사업자(배전ㆍ판매회사)에 맡겨야 합니다.

미국 동부지역의 경우 소매공급사업자는 판매량보다 20%이상 많은 용량의 발전설비 사용권을 발전소측과 계약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적정 전력예비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지요.

전력산업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캘리포니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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