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자제 개혁을 명분으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여야간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지방자치위(위원장 추미애ㆍ 秋美愛)가 마련한 개편 시안의 요지는 ▦7대 광역 대도시의 69개 자치구 통폐합 ▦163개의 시ㆍ군 통폐합 문제를 주민 의사에 맡기기 위한 관련법 제정 등. 특히 시ㆍ군ㆍ구의 광역화는 이날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언급한 중ㆍ대 선거구제 도입 문제와 연관돼 있어 주목된다.△추진 목적 및 내용
민주당이 내세운 명분은 우선 과다한 지방자치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 기초자치단체가 세분화돼 행정적 낭비가 심할 뿐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활동비와 선거운동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둘째로 도시 계획ㆍ관리 등에서 대도시 자치구들 간의 협조가 잘 안 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셋째, 대도시 자치구간의 재정자립도 격차가 심한 것도 지적된다.
넷째로 시ㆍ군의 경우 경제적 효율성과 생활권 변화 때문에 일부 지역의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 사건이 많이 터진 것도 시ㆍ군ㆍ구 광역화를 추진하게 된 이유이다.
여야 일부 의원들은 대안으로 기초단체장 임명제를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 관계자는 "임명제 도입은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명제 도입 대신 시ㆍ군ㆍ구 광역화를 통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수준 향상, 주민소환제 도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분화된 대도시 자치구의 문제점 때문에 당초 지방선거 실시 이전에 서울을 4개의 시로 재편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이 있다"며 "지방선거를 두 차례 실시했으므로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배경
민주당이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는 데에는 정치적 배경도 작용했다.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지방자치제도의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연결돼있다. 우선 내년 지방 선거의 선거구 수를 축소함으로써 자금 지원과 후보 선정을 위한 인적 자원 확보 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 부분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ㆍ군ㆍ구의 광역화는 중선거구제와 친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광역화했더라도 현행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중선거구제 도입이 수월해진다. 민주당은 99년 선거구제 협상 때 중선거구제 도입을, 야당은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했다.
△장애물 및 실현 전망
과거에도 여당이 수차례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했지만 수포로 돌아간 적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번에도 내년 지방선거 전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당론을 확정하더라도 국회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야당에도 찬성자론자가 있지만 반대하는 의원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당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함께 시ㆍ군ㆍ구 수의 축소에 따른 '자리' 감소에 대해 공무원,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행정구역 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번에 일부가 개편되거나 중ㆍ장기적으로 새 틀이 짜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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