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의 모습에서 득의 만만함이 보인다. 4.13 총선 참패 이후 오랜 기간의 칩거를 털고 정치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역시 그도 정치 9단, 3김 중 한 사람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취임 3주년을 맞고한 사람은 물러난 대통령임에도 여전히 현실정치에 간여하고, 한 사람은 죽었다가 살아나 더 힘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3김의 영원함'은 우리 정치의 최대 불가사의다.
▦JP는 엊그제 서도전을 열고 있는 YS를 찾아가 만났다. 5년전 그가 겨나다시피 민자당을 떠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YS는 회고록에서 "JP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이 내 정체 생애에서 가장 후회 되는 일"이라고 그를 높이 평가했는데, 실상 당시 분위기는 이런 평가와는 영 판 달랐다.
상도동 사람들은 그때 JP를 걸림돌쯤으로 여겼다. 충청도 '핫바지론'이 그래서 나왔고, 그 바람에 충청도 사람들이 똘똘뭉쳐 그가 급조한 자민련은 15대 선거에서 일거에 제3당으로 부상했다.
▦JP와 YS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만나 정답게 우의를 다질 수 있는 것은 서로가 공유하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3김은 30여년간 이 나라 정치를 주물러 왔다. 그런 연유로 3김에게는 '우리에게 누가 감히...'라는 식의 권위의식과 함께 서로 상대의 관록을 인정해주는 정서가 있다.
회고록 내용을 놓고 청와대와 상도동측이 신경전을 벌인 데 대해 DJ와 YS 두 사람이 자제를 당부한 것도 그런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3김은 서로 관록을 인정 할만도 하다. DJ와 YS가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일약 지도자 반열에 오른 것은 70년대 초다.
비슷한 시기 JP는 국무총리였다. 성씨도 같은 세 사람은 그 후 정치생명이 죽었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세 사람이 동시대를 살면서 30여년간 한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고금을 통틀어 유례가 없는 일이다.
3김중 누가 제일 먼저 '퇴역'할 것인지 그것이 자못 궁금해진다.
/이종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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