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조건 선발이야."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코끼리 김응용 삼성감독도 '괴물신인' 이정호(19)만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명장의 기반을 만들어준 선동렬의 환생을 보는 느낌인 모양이다. 고참선수들의 투구는 본 체 만 체하는 김 감독도 이정호가 던지기만 하면 거구의 몸을 이끌고 유심히 지켜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애리조나주 피오리아구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한화와의 연습경기서 매번 깨져 속이 끓는 코끼리 감독이지만 유독 이정호를 아껴두는 것도 배려차원.
10승대 투수가 즐비한 투수왕국 삼성에서 이정호의 선발기용은 사실상 낙점된 상태.
선수자질을 꿰뚫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 감독의 눈에 선동렬 이상의 싹수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선발을 노리던 선배투수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노장진 김진웅 이용훈 김상진 이강철, 그리고 마무리에서 선발전환이 확실해진 임창용, 용병 토레스 등 기존 선발진중 누군가는 이정호변수에 따라 중간계투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8일 청백전에 기용된 이정호는 구속 150㎞대의 광속구를 뿌리며 3이닝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선배들을 겁없이 농락했다.
덕아웃에서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주눅들어 있지만 마운드서는 선배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해 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고교 1학년때 대구상고를 청룡기 준우승으로 이끈 이정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신인으로는 사상 최고액인 5억3,000만원의 계약금으로 삼성에 입단한 예비스타.
지난 1월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스피드건에 구속 157㎞를 찍어 삼성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정호는 직구구속이 145㎞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 광속구를 가진 우완정통파.
하지만 상체위주의 피칭을 하는 약점을 선동렬 홍보위원으로부터 지적받는 등 가능성만큼이나 다듬어야 할 점도 적지 않은 미완의 대기다.
이정호는 "주변의 기대로 부담이 많지만 배우는 자세로 기량을 연마하겠다"고 예비스타로서의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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