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敬義), 성현의 천만 가지 말을 요약하면 이 두 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조선 중기 영남 사림의 지도적 유학자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ㆍ 1501~1572) 선생이 항상 차고 다녔다는 칼은 남명 사상의 한 극점이다.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ㆍ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이고,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의이다) 라는 명문이 적힌 그의 칼은 안으로는 경을 통한 수양과 극기, 밖으로는 의의 기개로 현실의 부조리를 극복해가는 실천적 유학을 상징한다.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산림에 은거하며 제자를 키웠던 그의 삶 역시 사화기(士禍期)의 부패한 관료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관철한 것이었다. 이는 임란을 거치면서 의병활동으로 이어지는 등 투철한 선비정신의 버팀목이 되었다.
올해로 남명 탄신 500주년을 맞아 그의 사상에 대한 재조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남영 허남진 금장태 서울대 교수, 이동환 고려대 교수 등 한국학 중진 50여명은 23일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남명학회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들어갔다.
이남영 남명학회 회장은 "한국 유학이 그동안 퇴계, 율곡, 다산 사상 정도로 알려졌는데, 남명사상 역시 매우 개성적인 유학사상으로 이를 통해 한국 유학이 더욱 풍부하고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명학회는 학회지 '남명학보'를 발간키로 하고, 11월 16일 제1차 학술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남명의 삶을 조명하는 책도 최근 출간됐다. 허권수 경상대 남명학연구소장이 쓴 '절망의 시대, 선비는 무엇을 하는가'(한길사 발행)는 남명의 생애와 사상, 학문을 포괄적으로 서술한 그에 관한 첫 평전이다.
세차례의 사화가 집중됐던 16세기 유림의 풍속과 그 정신을 복원하고 있다. 중종, 명종, 선조 세 임금에 걸쳐 12번이나 벼슬을 제수 받았으나 모두 사양하고 산림처사로 남았던 남명에게서 절망의 시대를 극복하는 선비의 길을 찾는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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