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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무기大戰] (1)군사열강 '로비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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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무기大戰] (1)군사열강 '로비점화'

입력
200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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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세계 열강의 로비를 받아내느라 숨이 꽉 막힐 지경이다. 올들어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무기 수출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고위인사, 로비스트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진을 친 뒤 관계요로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주요국 공관에는 대부분 '로비 캠프'가 차려진 상태.이 때문에 육ㆍ해ㆍ공 3군의 참모총장이 지난달 29일 계룡대에서 미 보잉사의 제리 다니엘스 수석부사장 겸 군용기ㆍ미사일 담당 사장을 면담했다가 장관의 질책을 받는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조성태(趙成台) 국방장관 자신도 같은달 보잉사가 있는 미주리주 출신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의 방문을 받아 F-15K 구매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7일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 의제에도 없던 F-15K 얘기를 꺼내는가 하면, 러시아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7일 방한에서 차기 전투기사업과 공격형 헬기도입사업 등 2개 사업중 하나정도는 달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무기 세계대전의 장이 된 것은 오는 7월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 10조1,500여억원 규모의 4개 대형 군수프로젝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ㆍ사업비 4조2,000억원)와 차기대공미사일(SAM- Xㆍ1조8,000억원)은 7월, 육군의 대형공격헬기(AH-Xㆍ2조1,000억원) 9월, 공군의 공중 조기경보통제기(E-Xㆍ1조8,000억원) 도입은 2002년 상반기 중 최종기종이 선정된다. '빅 4' 사업에 따른 공식적인 커미션 만도 3,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추산이다.

수년에 한번 있을 정도의 사업이 1년간에 몰아치기로 추진되니 전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 F- X사업에 라팔을 내놓은 프랑스측 다쏘사의 세르주 다쏘 회장은 지난해 방한 때 외규장각 도서반환 카드를 다시 꺼내 들기도 했다.

군에 영향력을 가진 예비역 장성은 벌써 업체들에 '입도선매'된 상태로, 국방부에선 이들에 대한 접촉 금지 지시가 내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 정권에서 한번 있을 사업을 4개나 동시추진하는 만큼, 큰 후유증이 예상된다"면서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투명한 선정절차를 확보하는 한편 사업 시기조정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全방위 판촉전 / 신문광고·예비역장성 영입

'로비스트 A씨를 잡아라.' 행정부와 의회를 총동원해 로비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측에 맞서기 위해 유럽 업체들이 내린 특명이다.

A씨는 과거 한국형전투기사업(KFP)에 로비스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데다 결정권자들과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 로비전술에서 이른바 '고공(高空)플레이'의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군의 실무자들로부터 사업 진행상황을 '실시간 속보'로 들을 수 있는 예비역 장성들은 '저인망 로비'를 위한 실무형 로비스트들.

기종 결정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무기수출국 업체들 뿐아니라 이들과 계약한 국내 무기중개업체와보업체들마저 이들을 무더기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군의 경우 "힘을 쓸만한 예비역 장성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말마저 나온다.

선두에 있는 미국 보잉사는 이미 국내 2∼3개의 국내 무기중개업체와 계약을 맺고 예비역 공군 장성 B씨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잉사측은 지난해부터 일간지는 물론이고 국방일보 등에 전투기 광고를 내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한글로 된 F-15 웹사이트를 준비중이다. 여기에다 본드 상원의원 마저 군 당국을 향해 "한ㆍ미연합작전과 상호운용성(Inter operability)를 위해서는 미국제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F-15K를 홍보했으니 가히 전방위 압박이다.

F-X에서 미국 보잉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프랑스 다쏘사도 예비역 장성과 마케팅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맞서고 있다. 유러파이터측도 공군 장성출신을 전위에 내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역 군 실무자들과 선 후배나 동 동향 등 각종 연을 맺고 있어 방산업체 한국지사가 몰려 있는 서울 용산이나 여의도, 광화문 등에서는 활발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의 대사관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다. 주한 미 대사관 상무관실은 차세대전투기 등 미국제 무기의 선정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전투기 EF-2000을 내놓은 영국ㆍ독일 등 유럽4개국 컨소시엄인 유로파이터의 지아니 사장은 지난 8일 방한했을 당시 주한 영국대사 등과 긴밀한 전략을 세우고 돌아갔다.

국내 중개업체와의 계약이나 로비스트 영입이 부진한 러시아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마케팅 관련 박사까지 포함된 전담팀을 구성했다.

■ 문제점

군내부에서는 정부를 향한 각국의 로비와 압박이 이 상태로 과열할 경우 객관적인 기종결정이 이뤄지기 보다는 또다시 정치논리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가 무기도입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시기라는 분석도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 '빅 4 사업' 가운데 신 행정부 출범으로 관계가 미묘한 미국측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소규모 나머지 사업들을 구색맞추기 식으로 유럽이나 러시아가 나눠가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무기를 직구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한꺼번에 들여올 경우 10조원이상을 투입하면서 기술도입 등 국내 산업연관 효과도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기전쟁에 따른 큰 홍역을 치르면서도 결과는 남의 나라 잔치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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