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天才)는 특별한 사람이지만 영재(英才)는 누구나 될 수 있어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사설교육기관 CBS영재교육학술원. 아동반 수업에 들어간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어떻게 남달라 보였는지"를 물어 보았다. 학부모들은 "평범하다"며 "부모의 관심만 있다면 영재성을 살릴 수 있는 거죠"라고 입을 모았다."다만 한글이나 숫자를 비슷한 시기에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보다 일찍 떼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 박모(8)군과 같은 학년 황모(8)군은 영재 가능성을 인정받아 교육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또래보다 기억력이나 이해력이 뛰어나 한글이나 뭔가를 배우면 진도가 빨랐다. 황군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
역사 관련 책을 많이 찾아 읽는데 고구려 역사처럼 주제가 구체적인 것으로 골라 보고 있다. 수학문제를 풀 때 자신이 푸는 방법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박군은 좀 다르다. 영어단어를 외우는 것처럼 암기는 싫어하지만 모든 과목에 고르게 흥미가 있다.
그러나 두 아이 모두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20~30권을 한 자리에서 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항상 붙들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잡으면 '몰두'한다는 것이다. 불러도 모르고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레고 같은 조립완구를 갖고 놀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가 영재였으면' 하는 부모들의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특히 최근 들어 교육인적자원부가 수년 내 영재학교나 영재교실 운영 등 영재교육 계획을 밝히면서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혹시 내 아이가 영재?' 이런 궁금증에 자녀의 영재 판별을 원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만 30개월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재판별검사(지능, 문제해결력, 창의성)를 실시하는 CBS영재교육학술원에는 두달 후까지 예약이 밀려 요즘 신청하면 5월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과연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실 조석희 박사는 "영재는 눈에 띄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남다르다고 느껴도 영재성 여부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똑똑해 보인다고, 즉 지능지수(IQ)가 높다고 무조건 영재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국대 특수교육과 강사 이순주(31)씨는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의 영재성은 확연히 드러나지만, 언어, 수리, 과학 등 지적 분야의 경우는 관심이 없으면 발견하기 어렵다"며 "영재는 IQ보다 창의성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CBS영재교육학술원 윤여홍 부소장도 "지적 분야에서 영재적 특성을 지닌 아이들이 IQ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 또한 남다르다"고 말했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특별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그 호기심을 채우려는 욕구도 강해서 스스로 책을 읽거나 관련 활동을 할 때 정신없이 몰두하는 아이들은 일단 영재로 기대해도 좋다"고 말한다. 영재성이 뛰어난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수업에서 주의가 산만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뚜렷하고, 틀에 박힌 문제해결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 중 20%가 영재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재성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씨는 "영재성의 유무보다 정도를 따져야 한다"며 "탁월한 영재성은 타고 난다"고 말했다. 또 "이른 시기에 영재성을 포착해서 교육을 통해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영재로 길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재판별 체크리스트
*4세(1997년생)~9세(1992년생) 대상
*거의 또는 그렇지 않다:1점
간혹 그렇다:2점
자주 그렇다:3점
거의 또는 항상 그렇다:4점
(-표시문항은 거꾸로)
1. 1,2년전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거나 기억한다.
2. 읽고, 듣고, 본 것을 잘 기억한다.
3. 복잡한 일이 주어졌을 때 무슨 뜻인지 이해 못한 적이 있다.(-)
4. 어른의 제안과 질문을 되묻는 경우가 있다.(-)
5. 끝말잇기나 스무고개 같은 게임에서 이긴 적이 있다.
6. 전문용어나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쓴다.
7. 책을 읽거나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4,5세)/책 읽기를 좋아한다.(6,7세)/수준 높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8,9세)
8. 같은 나이에 비해 어휘력이 풍부하다.
9. 사물을 숫자로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4,5세)/돈,사칙연산 등에 대한 계산 능력이 뛰어나다.(6,7세)/분수, 소수점, %등 기호나 부호를 이해한다.(8,9세)
10. 자연현상과 사물의 이치에 관심이 많고 자주 질문한다.
11. 실험하기를 좋아하고 과학관련 활동을 할 때 오랫동안 주의집중한다.
12. 리듬 감각이 있다.
13. 공부보다 그리기, 노래 부르기, 춤추기 따위를 더 좋아한다.
14. 옷을 입을 때 색상에 신경 쓴다.
15. 미술, 체육, 무용, 연기 등을 시키지 않아도 반복 연습하기를 좋아한다.
1. 음악, 미술, 체육 등에서 기법을 빨리 익히고 정확히 기억한다.
2. 다른 사람의 모습이 평상시와 다를 때 지적한다.(예: 옷차림, 머리모양새 등)
3. 개미나 거미 같은 작은 곤충을 찾아낸다.
4. 이야기를 듣고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파악한다.
5. 동생, 친구, 형과 싸우거나 싸우는 것을 보고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안다.
6. 가족, 학교(유치원) 등 구성원의 역할을 잘 파악한다.
7. 어떤 물건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잘 안다.
8. 사물의 차이를 물었을 때 정확하게 구분해서 답한다.
9. 비디오나 TV,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특성을 잘 안다.
10. 일상생활에서 나름대로 규칙을 발견한다.
11. 새로운 게임을 할 때 규칙의 패턴을 잘 파악한다.
12. 사계절의 변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13. 동물이나 식물의 성장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안다.
14. 여러 다른 상황의 공통점을 잘 찾아낸다.
15. 앞으로 일어날 일 또는 해야할 일을 예측한다.
1. 처음 가보는 장소의 분위기나 지리 등을 잘 파악한다.
2. 그림, 공작, 레고, 게임 등을 할 때 엉뚱한 생각을 해 기발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3. 그럴듯한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을 웃긴다.
4. 우스운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을 웃긴다.
5. 주어진 문제를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해서 해결한다.
6.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다.
7. 장난감을 본래 용도 이외의 놀이로 활용한다.
8.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질문한다.
9. 주위 사람의 실수를 지적한다.
10. 모르는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질문을 한다.
11. 질문을 조리 있게 한다.
12.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한다. (예: 집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13. 어려운 상황에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14. 모임의 장소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요구를 한다.(-)
15. 친구나 형, 동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장난감, 과자, 책 등을 양보한 적이 있다.
1. 지하철(버스, 택시, 엘리베이터 등)을 탈 때 차례를 지킨다.
2. 게임에서 졌을 때 그 결과에 따른다.
3.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준다.
4. 자기보다 힘이 약한 아이를 괴롭힌다.(-)
5.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6. 친구(형제)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들을 설득한다.
7. 상황에 따라 친구들과 적절하게 타협하거나 합의점을 제시한다.
8. 꿈이나 포부가 크다.
9. 같은 나이의 친구에 비해 자신감이 있다.
10. 어른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얼굴을 보면서 한다.
11.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한다.
12. 주위 사람이 어떤 일을 못하게 해도 한 적이 있다.
13.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불러도 못 듣는 경우가 있다.
14. 다른 아이와 비교 하면 화를 낸다.
15.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다.
1. 의미있는 일에 대해 고집이 세다.
2. 칭찬이나 상을 줄 때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다.(-)
3.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놀이나 공부를 한다.
4. 장난감이나 책 등을 당장 사 달라며 떼를 쓴 적이 있다.(-)
5. '누구를 제일 좋아하니?'라고 물었을 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답한다.
6. 학교(유치원)에서 당번이나 봉사활동을 할 때 부모에게 불평을 한 적이 있다.(-)
7. 심부름을 잘 한다.
8. 잘못한 일을 지적하면 변명하며 그 사실을 부정한다.(-)
9.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말이나 행동을 꾸민 적이 있다.(-)
10.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끝마칠 때 만족해 한다.
11. 자주 웃고 얼굴 표정이 밝은 편이다.
*4~6세 210점 이상, 7~9세 220점 이상 ->특정 분야에 대한 영재성이 탁월해 보인다.
*4~6세 160~209점, 7~9세 170~219점 ->특정 분야에 영재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영재학회 부회장 김언주 충남대 교수 등 전문가 24명의 자문을 받아 2년 여에 걸쳐 지난 해 11월 영재 판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영재판별 벤처 기업.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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