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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멍가게 정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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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멍가게 정치'의 현실

입력
200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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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는 아직도 '구멍가게 정치' 수준이다. 구멍가게 사장이나 대리인들이 만나 서로간에 눈도장만 찍으면 '만사 OK'라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간의 '정책연합'추진을 놓고 벌어지는 각 당의 진풍경만 봐도 그렇다.정책연합 문제가 언론에 알려진 22일 민주당 박상규(朴尙奎) 사무총장은 "정말 몰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이름을 걸고 몰랐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다른 주요 당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논의에 자신들을 '왕따'시킨 김중권(金重權) 대표에게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심지어 최고위원들에게도 부랴부랴 간담회를 소집해 김 대표가 경위를 설명하는 해프닝까지 있었고, '정책공조'와 '정책연합'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느라 갈팡질팡했다.

민국당에선 김윤환(金潤煥) 대표가 '정치란 이런 것'이라는 듯 당위성을 계속 주장했지만, 23일 김광일(金光一) 최고위원이 탈당계를 냈고 지구당위원장들이 김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3당이 힘을 합치겠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정치의 기술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과정이다. 3당은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민주당과 자민련만 해도 상반된 정치이념으로 3년 내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있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는 당내 논의를 거치는 것이 순서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민국당 대표의 개인사정과 연계돼 있지않느냐는 의혹이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장관직 안배'가 조건으로 내걸린 것을 보면 잿밥에 관심이 많았던 '2여 공동정부'의 부작용을 연상케 한다.

정치권의 지도를 밀실에서 그리고 밀어붙이는 행태 자체가 청산해야 할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이태희 정치부 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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