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전쟁범죄로 인정한 판결이 사상 처음 국제사법 당국에서 내려졌다. 이로써 일제 위안부 여성 등 그 동안 전쟁으로 고통을 당한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제법적 판례가 확고하게 구축됐다.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22일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보스니아 전쟁(1992~95년) 당시 강간 고문 등 혐의로 기소된 드라골주브 쿠나라치 등 세르비아계 병사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28~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보스니아 전쟁의 강간 방조범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본보 2000년 7월25일자 1면)바 있는 이 재판소가 직접적으로 강간죄를 적용한 첫 사례이다.
외신에 따르면 쿠나라치 등 피고인은 보스니아 전쟁 중이던 1992년 사라예보 동남쪽 '포차 수용소'에서 수십명의 이슬람계 여성을 강간하고 고문한 혐의 등 50여 가지의 인권유린 혐의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 20여명은 이들로부터 강간당하고, 일부는 임신한 사실을 증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쿠나라치 등은 단지 이슬람계 라는 사실 때문에 여성들을 강간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들의 범죄 행위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변호인측이 "강간 행위가 명령체계에 의한 불가피한 행위였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인간성 파괴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적시했다.
이번 판결은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한국 등 각국 여성들을 성적 노예로 동원한 '군대 위안부'와 관련한 각종 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AP 통신은 이와 관련, "이번 판결은 현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중인 구 일본군의 네덜란드 여성 강간 사건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그 동안 강간을 중요한 전쟁수단으로 악용해온 많은 나라들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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