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이뤄지면.." 이런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게 사람이지만 정말 사람 소원이 그것 한가지일까.'사랑의 블랙홀' '고스트 버스터 3' '멀티플리시티' '애널라이즈 디스'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온 해럴드 래미스 감독은 '지금보다 나은 무엇'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자고 나도 반복되는 오늘('사랑의 블랙홀'), 삶의 대타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멀티플리시티')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비껴섬은 코미디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 냉소를 포장하는 달콤한 당의정이 있다. 바로 엄청난 수다와 관찰력이다. '일곱가지 유혹(Bedazzled)'에서도 그 강점은 빛난다.
컴퓨터회사 고객상담 직원인 앨리엇(브랜든 프레이져)은 직장에서 왕따. 그를 발견하고 막 돌아서려는 동료를 붙잡아 두고 "오늘 밤 한잔 어때" 하며 귀염지도 않은 얼굴에 윙크까지 하거나 우습지도 않은 농담을 줄줄이 늘어놓는 동료라면 말 안하는게 상책이다.
"바티칸시티 2%, 뉴욕 98%, 샌프란시스코 30% " 이렇게 '시장조사'를 끝낸 악마(엘리자베스 헐리)는 앨리엇을 유혹한다. 7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영혼을 팔라는 주문이다.
'미이라'에서 고고학자역을 맡았던 브랜든 프레이져의 변신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다.
에디 머피, 마틴 로렌스, 짐 캐리 등 '개인기'가 강한 배우들과 비교해 원숙미는 떨어지지만 신선도는 강한 브랜든의 '변신 개인기'가 시간 가는 줄른다.
짝사랑하는 앨리슨(프랜시스 오코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앨리엇은 악마와 거래한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반짝 반짝한 대사의 즐거움을 뻔한 결말이 김을 빼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면서 보기에 부족하지 않은 영화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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