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 상태인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라는 악재로 더욱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미 증시는 사흘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미 상무부가 21일 지난 해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 적자라고 발표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ㆍ고물가)이 '시나리오'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21일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0.6%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199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1월 중 생산자 물가지수(PPI)도 1.1%나 상승해 1990년 8월(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ㆍ소매 물가 상승은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증시에 타격을 주고 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FRB가 이른 시일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월가에서 이미 빛이 바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 불투명에 대한 불안이 퍼지면서 21일 나스닥 지수는 전일에 비해 49.42포인트(2.13%) 하락한 2,268.93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최근 사흘새 10% 넘게 떨어져 199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물가상승이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일어난다는 데 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은 21일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속의 인플레이션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거론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분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의 지표가 단기적인 것이며 그리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FRB의 금리 인하 정책 역시 물가 상승에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FRB가 금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표는 소비자 신뢰지수이기 때문이다. 16일 공개된 미시건대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87.8로 1월의 94.7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FRB가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여전히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3,696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적자는 전년보다 39.52% 늘어난 것이며 연속 3년째 무역 적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 전년보다 22% 증가한 838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 미국 최대의 무역 역조국이 됐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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