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총리가 국민의 정부 출범 3주년을 즈음하여 2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대신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김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준비로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각을 관할하는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대통령의 의중도 담겨 있었다.당초 김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출범 3주년인 25일 TV에 출연, '국민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27, 28일 푸틴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 사전 준비 문제로 이를 3월 1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3주년에 맞춰 그 동안의 개혁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정부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뜻은 16일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이 총리에게 전달됐다.
이 총리는 즉시 기자회견에 담을 구상을 직접 메모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총리실측은 연설 초안이 완성된 20일 국민의 여론을 듣기 위해 대학교수 등 외무전문가 5명을 초빙, 원고 독회(讀會)까지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간 전문가들은 개혁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점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설문에 ". 시행착오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 총리도 원고를 세 차례나 읽으며 퇴고를 거듭, "구조조정으로 실업의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실직자 위로 부분과 사교육비 부담 경감추진 등을 추가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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