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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하종현씨 회고전 내달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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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하종현씨 회고전 내달 3일까지

입력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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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길이란 정말 끝이 없어요. 젊은 제자들에게 성급하게 결과를 얻어 내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젊었을 때는 자기완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을 찾기 위한 많은 방황이 필요하죠."해방 이후의 앵포르멜(비정형) 화풍에서 기하학적 추상 운동, 입체작업, 또 평면작업의 여러 변화된 표정까지..

누구보다도 많은 방황과 치열한 실험 속에 중요한 족적을 남겨온 하종현(66) 홍익대 교수가 정년 퇴임을 맞아 3월 3일까지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724- 6317)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다. 그의 일산 호수공원 옆 작업장은 전시회로 나간 그림이 많을 텐데도 작품들로 그득했다.

"40년 동안 아마 1,000점 넘게 작업했을 거에요. 대학 캠퍼스를 떠나려 하니 시원섭섭하군요. 생활이 단순해지는 만큼, 앞으로 작품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겠죠."

푸근한 웃음을 머금으며 그는 이번에 제자들로부터 230쪽 분량의 기념도록을 헌정받았다고 자랑했다. 이번 전시회 역시 제자들이 마련한 것.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는 퇴직금 2억 3,000만원으로 하종현 미술상을 제정,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작업 지원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50점의 회화는 그가 59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에 제작한 주요 대표작을 망라했다.

앵포르멜 시대의 '무제'(1965년), 기하학적 경향의 '탄생'(1967)을 비롯,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완성한 '접합' 시리즈를 보여준다.

"그림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재주를 부려 만든 것은 작품이 아닙니다. 작가의 순수한 감정이 캔버스에 나타났을 때 작품도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는 45세가 넘어서야 '접합'시리즈를 내놓을 수 있었다. 올이 성긴 마대의 뒤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 새어나온 물감을 다시 앞에서 눌러 마대와 물감을 '접합'하는 작품은 인생의 고비마다 최선을 다했던 작가의 최고 완성품이었다.

"단순한 마대와 색료의 접합이 아닙니다. 저의 신체와 행위를 캔버스라는 물성의 전면에 부상시킨 작품입니다. 물질과 작가의 행위가 일치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단순한 색깔에 무심한 듯한 화면, 그러나 그의 치열한 '방황'이 녹아있는 깊은 그림이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홍익대 미대 학장,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회장을 지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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