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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李孝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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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李孝石

입력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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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2월23일 소설가 이효석(李孝石)이 강원도 평창(平昌)에서 태어났다. 1942년 몰. 이효석은 경기고등학교의 전신인 경성 제1고보를 거쳐 경성제대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했다. 33년 8월에는 김기림 이종명 김유영 유치진 조용만 이태준 정지용 이무영과 함께 순수 문학을 표방하고 '구인회'를 조직했다.이효석은 등단 초기에 단편 '도시와 유령' 같은 작품을 통해서 동반 작가(同伴作家: 사회주의 혁명을 심정적으로는 지지하지만 그 혁명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작가)의 면모를 보였지만, 33년 구인회를 조직하고 '조선문학' 창간호에 단편 '돈(豚)'을 발표하면서 토속적 서정의 추구로 전환했다.

구인회는 그 뒤 이효석과 이종명 김유영 유치진 조용만이 탈퇴하고 박태원 이상 박팔양 김유정 김환태가 들어가는 등 구성원들은 바뀌지만, 그 회원 수는 늘 아홉이었다.

이효석은 '화분(花粉)''벽공무한(碧空無限)' 등의 장편도 썼지만, 그의 소설가적 재능이 빛을 발한 것은 단편에서다. 특히 1936년에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현대 단편 문학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은 재산을 날리고 장돌뱅이가 된 왼손잡이 허생원과 역시 왼손잡이인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가 달 아래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걸으며 나누는 과거 이야기를 포갬으로써, 이 두 사람이 혹시 친부자(親父子)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가족 로맨스'소설이다.

허생원이 젊은 시절 개울가 물레방앗간에서 어느 처녀와 정분을 맺었던 밤에도 달빛 아래 메밀꽃이 하얗게 피었었다. 이 두 사람과 또 다른 장돌뱅이 조선달이 함께 메밀꽃이 핀 밤길을 걸어가는 장면은 한국 현대 소설에 묘사된 가장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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