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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 더 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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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 더 길티

입력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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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티'(The Guilty)는 긴장과 서스펜스 보다는 잘 짜여진 등장인물의 관계와 엇갈린 상황이 갖는 묘미를 살린 스릴러이다. 그것이 반전을 가져오고 '위험한 정사' 류의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붙잡는다.사건은 단순하다. 유능한 변호사 크레인(빌 풀만)이 새로 들어온 여비서 소피(가브리엘 앤워)를 강제로 농락한다. 여비서가 먼저 유혹을 했지만, 마지막에 거부함으로써 '강제' 가 됐다.

법을 잘 아는 남자와 사고무친의 가난한 여자. 승부는 뻔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해고를 당하고 버려진 여자는 연방판사가 된 남자에게 판사 직을 그만두라고 협박한다.

그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얽혀 들고 사건을 새로운 방향으로 몰고간다. 먼저 크레인이 젊은 날 하룻밤 즐기고 버린 여자가 낳은 아들 코리겐(데본 사와)이 있다.

절도범으로 감옥에 갔다 온 그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면서, 우연히 소피가 사는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는 소피를 좋아하게 되고, 서로 부자간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크레인은 코리겐에게 살인을 청부하고, 또 코리겐은 살인 대상이 바로 소피인줄 모른다.

여기에 마피아에게 협박당하고 있는 코리겐의 친구, 막판 불륜에 빠진 크레인의 아내까지 가세해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결말을 감춘다.

레바논 출생으로 영국에서 공부한 '파리의 늑대인간' 의 앤소니 월러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 첫 작품인 이 영화에서 스릴러의 중요한 재능을 보여준다.

구성과 반전을 능숙하고 재치있게 구사한다. 교묘하게 마피아를 끌어들여 아들의 살인혐의를 벗는 것이나, 아들을 이용해 증거를 없애려는 그레인의 야비한 이중성이 재치있다.

반면 '위험한 정사' 처럼 성적인 소재의 스릴러가 가진, 관객의 목을 죄는 습기 먹은 듯한 분위기와 여주인공의 악녀적 이미지는 부족하다. 연기부족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길티' 는 가벼운 코미디풍의 스릴러일수 밖에 없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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