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쓰러지고 있다/ 비참하게 무너지는 꼴을 봐라/ 완전히 걸레가 되어가는 모습을/ 여자로써 끝나는 인생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누가 O양에게 돌을 던지랴' (저속한 가사로 방송불가 된 치킨헤드의 '누가 O양에게 돌을 던지랴')음반사전검열이 폐지되면서 이제 노래를 발표하는 일은 예전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 3사는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심의를 한다. 저속하거나 음란한 가사, 간접광고 등의 혐의가 있는 노래가 그 대상이다.
다운타운가에서 인기있는 리믹스 DJ 한용진씨가 방송불가곡 만을 모은 '대한민국 싸이코' 음반을 발표했다.
'난 그런 거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자꾸 겁이 나네요/ 난 그런거 몰라요' 1970년대 윤시내가 부른 '별들의 고향' 삽입곡은 선정적인 가사가 문제가 됐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일본색이 짙다는 이유로, '김민기의 '아침 이슬'은 '태양은 묘지위로 붉게 타오르고' 부분이 염세적이라는 억지 이유로 금지곡이 됐던 곡들이다.
이런 선례에 비추면 요즘 가사들의 금지사연은 기성세대가 보기엔 혀를 내두를 만한 부분이 많다. '냄비들 따먹고 안 만나도 양아치고/술 먹고 웨이터한테 가리해도 양아치고'(옵션 '양아치') '지혜로워라 대가리 좀 굴려라/yo yo yo yo 내 말은 집합 모두가 다 X밥
/ 배운 거란 X도 없네 돈 벌어 먹다가 뒤질 인생 yeh yeh yeh yeh yeh' (은지원의 'A-Ha'), '키 작고 기집애 같은 너에게 한번도 사랑을 못한 너에게 잘 빠진 다리 검은 머리 섹시한 목소리 누가 봐도 예쁘지.
7년이나 연상인데 어떻게 극복해 .엄마밖에 모르는 니가 어떻게 내게 맘있다면 너 주저하지마'('컬트삼총사의 '10+7').
선정적인 가사로 분류된 '오늘밤은 제발 서둘러 다가오지마 시간은 많으니까' (쿨의 'Cool Night')등의 표현은 오히려 수위가 낮은 편이다.
방송심의가 가장 보수적인 사회의 도덕적 틀임을 감안해도 몇몇 노래의 불가판정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어렸을 때 공산당은 빨갱이/ 그러나 지금은 우리와 같은 한 핏줄 한 동포/ 예전엔 이런 말 하면 잡혀갔네/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도 분단은 그대로'(피플 크루 '이제는 하나') 이런 가사는 '염세적 가사내용'이 문제가 됐다.
'남자를 알고 보면 참으로 불쌍하지.철 좀 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니까 군대 가야지.여자들도 알고 보면 참으로 불쌍하지.화장품 값 장난 아니지 못생겨도 예쁜 척 해야지'(프리 스타일 '인생이란')는 저속한 가사로 분류됐는데, 두 경우 모두 욕설이나 염세적이거나 저속하기 보다는 '신랄'한 가사가 돋보이는 경우이다.
'당신' 이나 '님' 같은 단어는 폐기된지 오래고, 2인칭 대명사는 오직 '너' 나 '니' 만 존재하는 우리 가요. 금지곡 속에는 가장 극단적인 우리 가요의 현주소가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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