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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브로드웨이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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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브로드웨이를 친다

입력
200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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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 10년 째 롱런 중인 한국제 히트작. 사물놀이 장단의 폭발적 리듬을 타고 펼쳐지는 신나는 무대. 당신이 꼭 봐야 할 공연.'2012년 뉴욕 방문객은 이런 포스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비언어 타악 퍼포먼스 '난타'가 내년 가을 브로드웨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상품 수출 사상 최고가인 400만 달러(52억원)를 받고 올 가을 미국 순회 공연에 들어가는 '난타'의 최종 목표는 세계 뮤지컬의 심장부 브로드웨이다.

9월부터 내년 5월까지 미국 55개 도시를 도는 이번 순회 공연에 뉴욕은 빠져 있다. 다른 곳에서 인정받은 다음 브로드웨이에 상륙한다는 전략이다.

난타 제작사인 ㈜ PMC 송승환 공동대표는 '난타의 성공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일단 브로드웨이에 가면 개런티가 두 배 이상 뛴다. 서두르지 않겠다. 브로드웨이에서 한 두 달 공연하려는 게 아니다. 그럴 것이면 진작에 갔다.

우리의 목표는 현지 극장을 잡아 진을 치고 10년이고 20년이고 롱런하는 것이다. '미스 사이공' '캐츠' 등 브로드웨이에는 그런 작품이 많지 않은가."

'난타'의 무대는 주방이다. 네 명의 요리사가 한 시간 안에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는다.

시간을 다투며 음식을 만드는 동안 사물놀이 장단의 강렬한 리듬과 비트가 난무한다. 칼로 도마 두드리는 소리를 타고 온갖 야채가 날고 빗자루, 물통, 프라이팬, 냄비 등 눈에 띄는 모든 생활용품을 두드리고 때려서 소리의 난장판을 벌인다. 그야말로 난타다. 무대를 휩쓰는 신바람에 관객은 웃고 소리 지르고 박수를 보낸다.

'난타'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초연 이듬해인 1998년 비디오테이프를 갖고 여러 나라로 팔러 나갔다. 그런데 벽에 부닥쳤다. '한국에도 연극이 있느냐'고 했다.

우리 힘만으로는 수출이 불가능하겠구나, 세계적인 배급망을 갖춘 기획사를 통해 작품을 알려야 팔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접촉한 것이 '브로드웨이 아시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아시아 수출을 맡고 있는 이 미국 기획사를 통해 한국 단체로는 처음 지난해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었다. 거기서 얻은 뜨거운 호응이 디딤돌이 되어 미국 유럽 아시아 10여개 국을 돌았다.

'난타'의 성공 요인은 뭘까. 그는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비언어 장르라는 점, 체계적인 홍보와 마케팅, 한국적 요소인 사물놀이 장단의 효과적 결합 등을 꼽았다.

"한국적인 것만으로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타' 같은 비언어 연극은 '스텀프' '탭덕스'처럼 잘 알려진 것 말고도 수십 개나 된다.

난타가 해외 시장을 뚫은 것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오락물 형식에 한국적 요소가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케팅 전략은 주목할 만 하다. 에딘버러에 갈 때도 현지 홍보회사와 계약해 한달 전부터 홍보에 들어갔고, 뉴욕 리허설에 기자들을 불러 공연을 미리 보여주는 등 충분한 사전 홍보가 이뤄졌다. '난타'의 성공은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에다 이처럼 철저한 마케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해외 시장 개척이 쉽지는 않았다. 그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에 비유했다. 한국 문화상품의 수출 전례가 거의 없다 보니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

지금까지 한국 작품의 해외 공연은 주로 동포 위문 또는 한국문화 소개 차원에서 이뤄졌지 돈 받고 파는 게 아니었다.

에딘버러에 다녀온 뒤로 '난타'는 흑자로 돌아섰다. 에딘버러까지 투자한 돈은 10억원. 다 빚이었는데 지난해 깨끗이 갚았다.

작년 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7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300석의 난타 전용극장(서울 경향신문 사옥 1층)도 마련했다.

난타 전용극장은 작년 7월 문을 연 이래 월요일만 빼고 매일 1~2회 공연을 하고 있는데, 관객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난타 전용극장을 차릴 때 남들은 한 작품으로 매일 공연하는데 계속 관객이 들겠느냐며 걱정했다.

내 생각은 처음부터 객석을 관광객으로 채운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한국에 들어온 관광객이 580만 명이다. 그런데 그들이 밤에 볼 게 없다.

난타 전용극장의 연간 수용 관객을 15만 명으로 볼 때, 외국인 관광객을 3%만 잡아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

영국의 브로드웨이로 불리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세인트마틴 극장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연극 '쥐덫'을 48년째 하고 있는데 관객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난타'도 그럴 수 있다. "

현재 '난타' 전용극장의 외국인 관객 비율은 20~30% 정도. 더 많은 관광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본의 주요 여행사와 접촉해 한국 관광 일정에 '난타'를 집어넣는 일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난타'는 전진하고 진화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난타'를 7월에 선보이고 반응이 좋으면 가을에 어린이 난타 전용극장을 열 계획이다.

리듬과 비트 위주의 '난타'와 달리 춤과 서커스를 섞은 또다른 비언어 연극 'UFO'도 준비하고 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주유소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과 재주를 겨루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도깨비 스톰' '두드락'... '난타'류 퍼포먼스 붐

'난타'의 성공 이후 비슷한 비언어 퍼포먼스가 줄을 잇고 있다. 풍물패 출신 배우들이 출연하는 '도깨비 스톰'이 25일까지 동숭아트홀에서 공연 중이고, 풍물 장단의 또다른 작품인 정동극장의 '두드락'이 3월 1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도깨비 스톰'은 지난해 8월 익산 세계공연예술제에서 샘플공연 만으로 미국과 홍콩 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두드리고 때려서 쾌감을 자아내는 비언어 타악 퍼포먼스의 위력은 1997년 영국산 '스톰프'의 내한공연으로 처음 한국에 상륙한 이래 갈수록 기세를 올리며 무대를 휩쓸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작 '난타'의 신화를 만든 제작자 송승환씨는 일말의 우려를 보인다.

"모든 공연을 '난타' 같은 문화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중적인 문화상품과 고급스런 순수예술이 공존해야 한다. 사물놀이가 없었다면 '난타'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다양성이다."

최근 문화산업론이 강조되면서 '문화예술이 밥 먹여주냐'던 빈정댐이 '거기서 돈 나온다'는 논리로 뒤집어진 듯 하다. 물론 잘 만든 문화상품은 '돈이 된다'. 그러나 너도나도 상품 생산에만 매달려 그것의 바탕이 되는 순수예술을 돌보지 않는다면, 문화상품의 미래도 없을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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