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마저 우리 문화가 아니라 외래문화라고 치부한다면, 우리 문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을 찾아 뒤지는 일은 도깨비 같은 짓일지 모른다. 지난해 1월 타계한 조자용(趙子庸ㆍ1926~2000) 박사의 삶도 도깨비 같았다.험상궂은 괴물이 아니라 멋과 풍류, 해학과 슬픔이 어우러진 한국 도깨비처럼.
광복 후 첫 유학생으로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을 나온 그는 건축가이자 구조공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정동 미국대사관저, 종로 2가 YMCA 빌딩 등을 설계감리했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그를 만났다면 그가 건축가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그는 민화와 기와 수집에 매달렸고, 무당 도깨비 산신 호랑이 용 봉황 등을 연구하면서 '산신령' 같은 풍모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속리산 근처의 시골로 낙향해 살다가 87년에는 '삼신사(三神祠)'라는 민족문화수련장까지 짓고, 젊은이들과 어울렸다.
우리 고유의 문화적 독자성을 찾으려는 염원 때문이었다. 이는 중국문화와 불교문화 이전의 순수한 우리 시원(始原)에 대한 추구로 이어졌다.
'우리문화의 모태를 찾아서'(안그라픽스 발행)는 민문화(民文化) 속에서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고자 했던 조자용씨의 열정이 가득 담긴 좌충우돌식 일기장 같은 책이다.
그가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과 함께 묶어 95년 쓴 '비나이다 비나이다_내 민족문화의 모태를 찾아서'를 재편집해서 펴낸 것이다.
이 책은 생동감이 충만하다. 민족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뛰어다닌 실천가의 체험적 진실이 가득 담겨 있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도깨비 상을 찾아 헤매다 경남 금정산 범어사에서 돌 도깨비 조각을 발견한 사연이라든지, "거지에게 대포 한잔 대접하라"는 주막 아낙에게서 조선 500년의 멋을 읽어내는 글에서는 멋과 얼이 후끈 다가온다.
그는 우리 문화를 천(칠성) 지(산신) 인(용왕)의 삼신신앙으로 정리하고 한과 슬픔의 문화가 아니라 신바람의 문화라고 주장한다. 책 또한 멋과 신바람으로 흥미롭게 읽힌다.
조자용 지음ㆍ안그라픽스 발행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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