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의 국회 문화관광위에서는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소리높이 외치면서 국회 내 '언론발전위원회(언발위)'의 구성을 독촉해 오던 한나라당이 웬일인지 몸을 사렸다. 총대는 중앙 일간지 간부 출신인 한나라당 고흥길(高興吉) 의원이 멨다.언발위 구성문제가 상정돼 민주당 신기남(辛基南) 의원과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 등이 이 기구의 기능 및 활동시한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고 의원이 나서 "지난 해 구성 결의안을 냈을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토론에 제동을 걸었다.
고 의원은 언론개혁 필요성을 앞세우며 언발위 구성 결의안에 서명한 당사자였다. 고 의원은 언발위 구성 지연을 질책하는 같은 당 박종웅(朴鍾雄) 의원과도 완전히 딴 목소리를 내면서 구성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문제는 결국 언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채로 소위로 넘겨졌다.
고 의원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말한 뒤 세무조사다, 공정위 조사다 하면서 마치 벌집 쑤신 듯 하는 판에 언발위 구성을 서둘러 허겁지겁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나름대로 이유를 댔다.
그러나 고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당위라고 말했던 언론개혁을 왜 미뤄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가 언론 개혁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라면 언론환경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자신이 언론개혁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고 의원은 왜 언발위 구성을 미뤄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냐 아니냐에 대한 공방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고태성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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