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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출산, 이젠 가족과 함께..여보, 엄마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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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출산, 이젠 가족과 함께..여보, 엄마 힘내요

입력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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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서울 강남차병원에서 사내아이를 낳은 홍모(28ㆍ서울 송파구 잠실동)씨. 약 20시간 이어진 진통과 분만을 남편 박모(27)씨가 쭉 지켜보았다. 남편이 출산을 지켜보면 충격 때문에 부부 사이가 소원해진다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홍씨는 "첫 출산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남편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출산 문화가 바뀌고 있다. 산모와 의료진만의 전유 공간이던 분만실이 이제는 남편은 물론 심지어 자녀, 친정식구 등 가족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산고(産苦)는 여성만이 짊어지는 짐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차병원에서는 남편이 출산에 참여하는 경우가 지난 해에 1,540건이었다. 1999년 895건, 98년의 710건에 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남편 박씨는 부부가 함께 배운 라마즈 호흡을 하며, 아내의 배설물도 직접 닦아주고 탯줄도 직접 끊었다. 그는 "아내가 엄청난 고통을 겪고 낳은 아기이기에 정말 귀한 존재임을 깨달았다"면서 최근 젖을 떼려는 홍씨를 말리고 있다.

아내 홍씨는 "아기 낳는 공장처럼 침대가 쭉 늘어서 있는 일반 분만대기실이 아닌 독방 형태의 방에 남편과 함께 있어서 맘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가족분만실을 이용하려면 5주 과정의 라마즈교실에 참가해야 한다. 비용은 라마즈교실 참가비 8만원만 더 들 뿐이다.

내일임산부기체조센터 권현정(33) 실장은 지난 해 8월 둘째를 경기 부천시의 한 조산원에서 출산하면서 아예 아들까지 동참시켰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들은 딴청을 부리곤 했지만 "엄마 힘 내"라고 격려하며 마사지도 해주고 힘주기 편하도록 허리도 받쳐주었다. 아기 머리가 나올 때는 못 보겠다며 숨어버려 은근히 걱정도 됐다.

권씨는 "하지만 아들은 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졌다"며 "특히 사내애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성교육 교재는 없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나 자녀는커녕 남편들조차도 출산에 참여하기를 꺼렸다.

1995년 개원 때부터 출산에 남편을 참여시켜 온 서울 은혜산부인과 장보용 원장은 "처음에는 의사들이 권유해도 대부분의 가족이 싫어했으나, 요즘은 자발적으로 남편과 동참 의사를 밝히는 부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선택 기준도 바뀌었다. 가족분만이 가능한 곳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일반분만실보다 비용이 대개 10만원 이상 더 들지만 그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모(29ㆍ경기 안양시 비산동)씨는 가족분만을 위해 산본제일병원을 선택했지만, 가족분만실이 하나 뿐이어서 수중분만이나 그네분만이라도 시도할 계획이다.

수중분만, 그네분만에 대한 인기는 특수 분만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출산 과정에 남편이나 가족의 참여를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족분만의 수요가 늘어나자 서울 삼성제일병원은 올 1월 가족분만실을 한 개에서 세 개로 늘렸다.

가족분만이라고 해도 아직은 남편만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제일병원 관계자는 "딸의 고통을 지켜보지 못하고 수술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친정 부모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탯줄 자르기를 겁내고 산모보다 더 당황하는 남편들도 상당수다.

장 원장은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 낯선 분만실 환경 등 산모를 위축시키는 요인들이 많다. 그래서 남편이 손만 잡아주어도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돼 출산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남편이나 가족의 참여를 허용하는 병원들은 사전 교육을 하고 있다. '준비된' 아버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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