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의 거국 내각 불참 선언으로 아리엘 샤론 총리 당선자의 거국내각 구성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바라크 총리는 20일 리쿠당의 샤론 총리 당선자가 제안한 국방부 장관직을 수락치 않을 것이며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바라크 총리의 이날 발표로 크네세트(의회)의 최대 의석을 보유한 노동당의 거국 내각 불참이 확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26일 당 중앙위를 열고 거국내각 참여 여부를 투표로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노동당을 파트너로 삼으려 했던 샤론의 거국내각 구상은 소수 우익 종교정당과의 연정에 그치거나 자칫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해 총리 재선거를 치러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 선거법에 따르면 내달 31일까지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재선거를 해야 하며 샤론은 후보로 출마하지 못한다.
샤론이 노동당을 배제한 채 우익정당과만 연정을 구성할 경우 중동평화협상을 둘러싼 의회내의 대립으로 이스라엘 정국이 혼미에 빠질 수 있다. 또 샤론은 연정에 참여한 종교 정당들의 종교 예산 배정 요구에 시달려 내치 마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내외적인 정정불안으로 국민이 등을 돌려 바라크 총리와 마찬가지로 샤론의 연정이 단명할 수도 있다. 노동당의 길라드 히만 대변인은 "리쿠드당이 얼마나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바라크가 전격 연정 불참을 결정한 것은 내외적인 압력에 따른 것이다. 바라크는 지난 6일 총리 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 샤론의 거국내각에 참여할 뜻을 밝혔었다. 바라크 자신이 국방장관직을 맡고 시몬 페레스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을 맡는 등 7개 각료직을 노동당이 맡는다는 샤론의 거국내각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바라크의 연정참여 계획은 노동당 내부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노동당의 주요 인사들은 "샤론의 거국내각 구성은 정치적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노동당의 거국 내각 불참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의 언론들도 바라크의 새 내각 잔류는 중대한 실수라며 격하게 비난했다. 결국 바라크 총리는 우익 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거국내각에 들어 갈 수 없다는 사전 포석을 깔았으며, 샤론이 20일 노동당은 일주일 내에 거국내각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최후 통첩을 보내자 거국내각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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