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 핀 인간승리는 눈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21일 용평스키장에서 개막된 제82회 동계체육대회 개막식 식후 공개행사에서 장애인 스키시범으로 뜨거운 갈채를 받은 장애인스키 국가대표 김남제(39)는 장애를 스포츠정신으로 극복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고교 3학년이던 1980년부터 86년까지 알파인스키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던 김남제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은 92년5월.
틈틈이 패러글라이딩 강사로도 활동하던 김남제는 어린이날 기념행사 예행연습을 하다가 거센 바람에 낙하산이 접히면서 50m 아래로 추락, 척추신경을 다쳤다. 좌절감에 몸부림칠 때 그를 구한 것은 뜻밖에도 미술이었다.
재활훈련차원에서 붓을 잡은 그는 96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상했고 지난해에는 '생명'을 주제로 개인전까지 열었다.
하지만 항상 돌아가고 싶은 곳은 마음의 고향인 설원이었다. 그림으로 삶의 활기를 되찾은 96년말부터 스키폴대를 다시 잡은 김남제는 뛰어난 운동신경은 여전해 1년뒤 장애인 국가대표로 선발돼 정상인과 장애인으로 모두 태극마크를 다는 이색경력의 소유자가 됐다.
98년 나가노동계장애인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김남제의 다음 목표는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지만 마음같아서는 용평에서 개최될지도 모르는 2010년 동계올림픽때까지 스키를 타는 것이다.
2002년 동계올림픽을 향해 훈련에 열중인 김남제는 다음달 올림픽출전권을 얻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장애인국가대표팀 코치까지 맡아 책임이 막중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벌써 솔트레이크시티에 가 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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