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금융기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2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최근 가계의 금융부채현황 및 상환능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개인부문의 금융 부채는 320조2,000억원으로 외환 위기 이전(1997년말 300조1,000억원)보다 20조원(6.7%)이 증가했다.
국민 1인당 696만원씩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98년 10.1%(이하 전년 대비)나 감소했다가 99년 8.6%, 지난해 11.8% 등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개인부채 증가율이 기업부채 증가율(3%)에 비해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정리 등으로 기업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반면 은행들이 기업신용 위험을 피해 가계대출을 적극 늘리면서 개인부채가 크게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주목되는 것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 신용카드 관련 대출은 99년 3조9,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9월 중 11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개인부채가 금전신탁, 보험 등 제2금융권 차입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개인부채 증가는 은행대출과 신용카드 관련 대출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현재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88%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앞으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실업이 증가하는 등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주식 등 자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며 개인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가계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신용카드사는 향후 개인대출 자산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관리를 강화하고 내부 유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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