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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담 후세인과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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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사담 후세인과 김정일

입력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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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이 '주적(主敵)'으로 상정하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지난달 20일 취임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들 중 일단 후세인 대통령에게 첫 화살을 쏘았다. 미국과 영국의 최신예 전폭기들은 16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인근의 방공지휘통제소와 레이더 기지들을 공습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은 이라크의 지대공 미사일로부터 비행금지구역을 초계 비행하는 자국 항공기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조치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라크는 올 초부터 지난 해 모두 발사한 숫자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미국 전폭기에 발사, 부시 대통령을 시험해왔다.

부시는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이를 단호하게 응징했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처럼 후세인의 '떠보기'에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국제여론은 대부분 이번 공습에 대해 비판적이다. 특히 이라크와 별로 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리아와 요르단 등 아랍 국가들과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 프랑스 중국까지 미국을 비난하고 이라크를 편들고 있다.

또 후세인은 최근 자신의 독재체제에 염증을 느껴왔던 국민의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우면서 보안 담당 총책임자인 자신의 차남 쿠사이를 후계자로 굳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은 이라크를 괴롭히는 부시 부자(父子)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고 국민을 부추기고 있다. 군사적으로 손실을 입었지만 후세인은 대내외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게임을 한 것이다.

1996년 취재차 바그다드에 갔는데 당시 숙소인 호텔의 출입문 바닥에는 부시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이 호텔을 드나드는 사람은 하나뿐인 이 출입문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부시의 '얼굴'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이 초상화 옆에는 아들인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질 것이 확실하다. 바그다드는 물론 이라크의 어느 곳을 가도 후세인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유엔의 제재로 식량과 의약품이 없어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죽어가도 반미주의로 무장한 대다수 국민은 후세인을 지지하고 있다.

'독재자'라고 국제사회는 비판하지만 후세인은 쿠데타와 폭동설, 와병설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올 63세인 후세인은 차남 쿠사이와 주요 자리에 앉아 있는 바자르 등 이복동생 3명 등과 함께 일종의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후세인처럼 미국과 게임을 하고 있는 국제적 인물이 있다면 바로 김 위원장이다. 걸프전 때 합참의장인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김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호칭했는데, 미국은 김 위원장을 후세인과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앞으로 채찍을 들 것인지 당근을 줄 것인지는 예측키 어렵다.

김 위원장과 후세인이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후세인은 통일된 국가를,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분단된 반쪽을 통치한다는 것이다.

북미간의 갈등이 증폭된다면 최대 피해자는 우리가 될 것이다. 북미간의 게임을 지켜보는 우리는 결코 관전만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장훈 국제부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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