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단국대 졸업식에서 '춘향전에 나타난 해학적 표현' 연구로 학사학위를 받게된 일본인 마에다 나카코(60ㆍ여)씨. 이순의 나이에 남편 겐자부로(65)씨와 한국유학을 왔지만 고전문학과 도예에는 한국인 못지 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나카코씨가 유학을 결심한 것은 지난 95년. 평소 한국학에 관심이 있던 남편은 "장차 일본을 능가할 나라가 한국이니 한국학을 공부하라"로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서울로 건너와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97년 일본인으로는 유일하게 당당히 단국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처음엔 한일관계사를 배우려 했지만 '한국을 알려면 고전문학을 공부하라'는 지도교수의 말씀에 국문학을 전공했어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갈등도 많았지만 밤잠을 미루고 손자 같은 후배들에게 묻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미친 듯이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해묵은 민족감정 때문에 배척하던 후배들도 나카코씨의 열성에 감복해 '마에다 언니'라며 적극적으로 도와줬고 남편도 '동행유학'을 자청하며 '외조'를 아끼지 않았다.
나카코씨는 "한국문학의 정수는 역시 춘향전이라 생각, 한민족 특유의 해학적 표현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약품에 근무하던 남편 겐자부로씨는 97년 아내를 뒤따라 유학을 건너온 뒤 단국대 부설 도예연구소에서 한국 정통도자기 기법을 연구해 왔다.
겐자부로씨는 단국대 졸업식에서 한국학에 대한 향학열과 문화교류 업적으로 공로상을 수상하게 됐으며 5월 개인전을 열어 정식 도예가로 데뷔할 예정이다.
나카코씨는 "남편과 함께 귀국한 뒤 한국문화 연구가로 활동하며 한국인 유학생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 생각"이라며 "누구 못지 않은 한국사랑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