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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쇠고기' 결국 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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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쇠고기' 결국 보내나

입력
200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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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광우병 공포 때문에 쇠고기는 될 수 있는 대로 먹지 않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상황이다.태국에서도 광우병 환자가 나타났으니 한국에도 곧 발생할 것이라고 수선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광우병이 몇 년의 시차를 두고 유럽 내륙으로 퍼졌고 이제 전 세계 어느 곳으로 퍼질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니, 수선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판국에 유럽에서 광우병 우려 때문에 도살되는 쇠고기를 북한이 지원받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독일이 곧 지원할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아직도 국가간 불평등이 극심하기만 한 세계의 양 극단에서 협력 아닌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기아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데, 단지 '우려'만으로 소가 도살되고 또 안전하다고 판명된 고기마저 창고에 쌓여 있다.

그리고 그 버림받은 고기가 기아 인구에게 지원되는 것이다. 독일에서 시작되어 스위스로 또 어느 나라로 확대될 지 모를 북한에 대한 쇠고기 지원은 유럽의 축산업자들에게 활기를 줄 것이고, 광우병 공포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당장 심각한 북한의 식량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후진국의 발전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도 모른다. 공해문제 때문에 폐기된 노후화한 공업시설과 차량들이 제3세계의 거리를 메우고, 인체에 해를 끼치는 원자력 폐기물이 단지 얼마간의 원조와 함께 어느 후진국의 앞 바다에 묻히곤 했던 것이다.

세계의 이 불공정한, 비도덕적인 문제에 대하여 양심적인 학자들과 비정부기구(NGO)들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오히려 세계는 더욱 비정한 '세계화'의 흐름에 맹렬한 속도로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무서운 병이 발생할지 모를 식품의 원조는 너무도 명백한 도덕성 논의를 피할 수 없다.

북한과 독일 간의 쇠고기 지원 문제가 불거지자, 유럽연합(EU)은 광우병 우려로 판매되지 않는 고기를 원조용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유럽사회도 이에 대한 윤리논쟁으로 시끄러워졌다.

이에 대해 독일과 북한은 광우병 검사를 마친 쇠고기에 한하여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표했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광우병 위험이 없는 양질의 고기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거론 자체를 자제해 왔던 우리 정부도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광우병의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것이라는 확증도 어려울 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는 꺼려 소비되지 않는 고기가 '지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북한으로 유출되는 것이 그렇게 간단히 결말 지워져도 괜찮은 일인가.

이 미묘한 상황에 대하여 유럽에서도 논쟁만이 있을 뿐 NGO의 책임있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 발언권이 높아진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적어도 북한 관련 시민단체들이 무엇인가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광우병 위험을 무릅쓰면서 쇠고기 지원요청을 할 수 밖에 없는 북한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다른 형태의 식량지원 방안을 모색하면서, 쇠고기 요청을 중단하는 것이 옳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정부에게, 북한이 쇠고기 지원 요청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차원의 식량지원 노력을 촉구하는 것도, 우리 시민단체의 몫이다. 세계 NGO들의 연대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단순한 윤리논쟁에서 나아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제안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움직여 내야 할 것이다.

소수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더 많은 인구를 구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식 인권'의 관념과, 후진국의 인권을 경시하는 유럽의 이중적인 '인권의 보편성' 관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도 가해야 할 것이다.

정진성ㆍ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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