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패션전문지에는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와 패션전문지 편집장이 나란히 껴안고 있는 사진이 실립니다.패션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VIP-패션 비평가들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보이진 않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패션계 곳곳에 뿌리깊어 신인 디자이너, 모델 등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패션에 비평이 필요한 이유는 산업과 예술에 걸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적'이라는 말이 기괴하고 전위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살고 늘 창의적으로 만들기를 시도한다는 뜻에서 그들은 일종의 예술가입니다(물론 베끼기만 하는 디자이너는 제외겠죠).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해석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패션비평 역시 비평입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위력'은 우리나라 상황은 아닙니다. 국내에도 외국 패션전문지와 라이센스계약을 맺은 전문지들이 있고 패션계를 속속들이 알고는 있지만 비평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수입브랜드를 기획촬영하거나 고가 패션상품을 앞서서 널리 홍보하는 역할이 더 커 보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패션계는 디자이너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은 옷을 만들고, 직접 팔고, 홍보마케팅을 합니다. 어떤 취재를 하려하든 으레 "(디자이너)선생님과 직접 이야기하세요"라는 말을 듣습니다. 기획, 마케팅, 홍보, 스타일링 등 전문영역이 세분화하지 않은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권위의식만 남아 '함부로' 비평할 대상은 많지 않았습니다. 쇼에 대해 안 좋게 평가한 비평가는 쇼 관람이 어려워지는 등 디자이너들로부터 소외당하는 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패션계가 해외 진출을 꿈꿀 정도로 성장하면서 우리 고유의 브랜드 역량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 "비평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이들은 바로 디자이너들입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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