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사와 간호사가 공모, 100억원대 재산가인 70대 할머니를 납치, 8개월 동안이나 감금하면서 재산을 가로채온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할머니는 풀려나지 못한 상태에서 지병이 악화해 결국 숨졌다.서울 서초경찰서는 20일 김모(77ㆍ전 의사ㆍ서울 종로구 평창동)씨와 이모(66ㆍ여ㆍ 전직 간호사)씨 등 2명을 폭력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는 한편, 이들과 짜고 할머니의 재산을 가로챈 토지사기단 일당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1999년 5월께 경기 남양주 덕소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진모(75)할머니에게 "치료 받으러 가자"고 접근해 납치한 뒤 8개월간 서울, 인천 일대로 끌고 다니면서 할머니의 재산을 가로챈 혐의다.
진 할머니는 납치된 뒤 줄곧 이들에 의해 감금생활을 하다 지난해 1월 인천 모병원에서 지병인 당뇨병 악화로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 등은 진 할머니 사망당시 병원측에 보호자를 자처하며 "X-레이 촬영과 혈액검사는 안해도 된다. 심폐소생술도 필요없다"고 의료진에게 요청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 할머니와 함께 살던 여동생은 경찰에서 "납치 당시 언니는 지병인 당뇨, 디스크, 관절염이 심해 혼자 못 움직일 정도였다"면서 "내가 잠시 외출한 틈을 타 김씨 등이 언니에게 접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등은 진 할머니를 데리고 있으면서 진 할머니 소유의 남양주 덕소 요지의 땅 4,000여평에 대한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 토지사기단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며 "시가 70억원대인 이 땅을 30억원에 급매각해 대금을 가로챈 토지사기단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 등은 "진 할머니가 직접 매매계약서에 사인하고 통장에도 돈이 입금됐다"며 "우리들도 토지 사기단에게 속았을 뿐, 돈을 챙기지 는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진씨의 통장에는 해당 대금이 입금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진 할머니는 수년전 재산가인 남편이 죽자 남양주 일대 토지, 서울 장충동 주택 등 100억원대 재산을 상속받았다. 친자식이 없던 진씨는 양아들 김모(50)씨가 있지만 상속 관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여동생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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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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