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방송 / "생각없이 봐야 재미있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방송 / "생각없이 봐야 재미있어요"

입력
2001.02.21 00:00
0 0

"심 봤다!"(손헌수) "도라지야!"(이진환) "어, 그래~."(손헌수) 여기서 웃음이 나오면 신세대고 웃음이 나오지 않으면 구세대다.요즘 개인기 열풍을 잠재우며 부상하는 개그 콤비가 있다. 썰렁 개그, 일명 '허무 개그' 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진환(22)과 손헌수(21)의 '허무 개그팀' 과, 평범하고 일상적인 표정과 액션연기로 시청자의 배꼽을 잡게 하는 방은주(24)와 진선미(23)의 '갈매기 자매팀' 이다.

허무 개그팀이 시청자와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인기는 신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이다.

MBC '코미디 하우스' 에 허무 개그 코너가 신설되면서 이진환과 손헌수는 이전의 코미디 흐름과 전혀 다른 개그로 시청자를 웃기고 있다.

그동안 코미디는 의외의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반전의 대사와 제스처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쓰러지고 때리고 하면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류였다.

하지만 허무 개그팀은 지극히 정상적인 대사로 웃긴다. "뭐해?"(헌수) "굴러."(진환) "잘 굴러." "따라 해봐." "싫어." "그래." "널 깨물어 주고 싶어. 누구게?" "징그러." 등처럼 반전도 없고 웃기는 상황도 아닌 정상적인 대화이다. 언제 웃기나를 기대하는 시청자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썰렁한 개그는 마치 계산과 이해득실에 빠른 현대인에게 "골치 아프게 머리 굴리지 말라" 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 이진환과 손헌수의 코미디 연기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진지한 표정과 대사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이진환은 " 심지어 어머니까지 '너희가 하는 것이 코미디냐'라고 말씀하세요.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한 거지요.

짧은 대사와 빠른 속도감, 썰렁한 분위기가 고민하기 싫어하는 신세대 시청자를 사로 잡는 것 같습니다" 고 말했다.

반면 갈매기 자매팀은 대사보다는 제스처로 웃긴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제스처를 이용해 코미디 연기를 한다.

모방송국 탤런트 시험에서 "여기가 개그 우먼 시험장인줄 아냐는 핀잔을 받고 개그 우먼이 되기 위해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했다"는 방진주와 "미니 스커트에 세련된 화장을 하고 나타난 방진주를 보고 충동적으로 상경했다"는 진선미가 콤비를 이룬 프로는 지난해 10월 개국한 케이블TV '코미디 채널' 의 '엽기 종횡무진' 과 '라이브 생생쇼' 등이다.

엽기가 판치는 세상에 갈매기 자매팀은 예상 가능한 일상적인 행동으로 시청자를 썰렁하게 만든 뒤 웃긴다.

기 치료를 한다고 열심히 기를 불어넣는 제스처나 방식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연기는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갈매기 자매팀의 또 하나의 매력은 실수도 하고 연기가 어설프기까지 한 점이다. 세련되고 인위적인 것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이런 것들이 오히려 신선한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과 대사 연기를 하는 저희들의 코미디가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웃으려는 사람들에게 먹혀 들어가는 것 같아요." 방진주의 분석이다.

갈매기 자매팀은 시청자의 사랑을 발판으로 KBS의 '개그 콘서트'에도 진출해 갈매기 자매라는 코너를 이끌고 있다.

KBS '인간극장'에서는 23일까지 갈매기 자매가 개그우먼이 되고 인기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개그가 좋아! 갈매기 자매 상경기'를 방송한다.

비정상적인 언어와 엽기가 난무할수록 오히려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코미디를 하는 이들의 썰렁 개그의 인기는 더할 전망이다.

허무 개그팀의 이진환(왼쪽) 손헌수. 갈매기 자매팀의 진선미(왼쪽)와 방진주.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