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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현대음악제 국제 음악제로

입력
200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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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차로 여섯 시간 거리,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까지 가는 길은 멀다.32년만의 폭설로 도로가 마비됐는데도, 제 2회 통영현대음악제(16~18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는 작곡가와 연주자, 음악 전공 학생 등 600여 명이나 모였다.

이곳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이름과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이 그들을 불러모았다.

'음악과 여성'을 주제로 사흘간 펼쳐진 이번 행사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작곡가회가 기획에 참여하고 주한독일문화원이 독일 지휘자 J.리브레히츠, 작곡가 이자벨 문드리, 베를린윤이상앙상블 등을 초청해 지난해보다 규모가 커지고 내용도 풍성해졌다.

음악제 기간에 연주된 작품은 윤이상과 국내외 여성작곡가 작품 등 30여 곡으로 그중 18곡이 한국초연 또는 아시아ㆍ세계 초연이었다.

개막공연은 올해도 창원시향(지휘 김도기)이 했다. 현존 최고의 여성 작곡가로 꼽히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바이올린협주곡 '오퍼토리움'(한국초연)과 안익태작곡상 대상을 받은 이신우의 '시편 20편'(아시아초연), 아시아의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쓰여진 윤이상의 '교향곡 4번-어둠 속에서 노래하다'(한국초연)가 연주됐다.

창원시향의 연주는 '시편 20편'은 불만스러웠지만, '오퍼토리움'은 무난했으며 윤이상 교향곡 4번은 훌륭했다.

연주시간 40분의 대작 '오퍼토리엄'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강혜선은 군더더기나 빈틈이 없는, 지극히 명료한 연주로 감탄을 자아냈다.

세계적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가 이끄는 '앙상블 앵테르 콩탕포렝' 솔리스트로서 현대음악을 연주해온 그가 실력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연주회, 워크숍, 세미나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된 이번 음악제 프로그램 중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연주와 작곡가 자신의 분석을 겸한 오케스트라 워크숍, 국악기가 들어간 실내악곡 연주회였다.

지휘자 리브레히츠가 진행한 오케스트라 워크숍은 베베른, 박영란, 문드리의 작품을 다뤘는데, 특히 문드리의 '날리는 모래'는 오케스트라가 무대와 1층 객석 좌우, 2층 객석 앞줄에 분산배치돼 소리의 모임과 흩어짐, 흐름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국악기가 들어간 실내악곡으로는 가야금과 첼로 이중주인 임지선의 '심연', 가야금과 장구 반주로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김은혜의 '가야금', 대금ㆍ피리ㆍ생황ㆍ가야금(범금)을 위한 나효신의 '정지향'이 발표됐는데, 저마다 개성있는 음향과 구조를 갖춘 좋은 작품이었다.

통영시는 음악제 개막에 맞춰 시내 해방교에서 도천동 해저터널 입구까지 왕복 2차선 도로 790m를 윤이상 거리로 선포하고 기념비와 표지판을 세웠다.

통영시는 윤이상을 내세워 통영을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가꾼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통영현대음악제는 그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주관하는 국제윤이상협회 한국사무국은 내년부터 통영현대음악제를 국제음악제로 격상하고, 윤이상 탄생 100주년인 2017년까지 세계적인 음악제로 키운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통영 음악제 상주 창원시향

국내 교향악단들은 현대음악 연주를 기피하는 편이다. 익숙한 고전ㆍ낭만 레퍼토리와 달리 낯선 현대음악을 하려면 힘들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원시향은 1991년 창단 이후 힌데미트, 슈니트케, 루토스와프스키, 바르톡 등 다수의 현대음악을 꾸준히 초연하고 지난해부터 통영현대음악제의 상주 오케스트라로서 윤이상 작품을 연주하는 등 남다른 의욕을 보여왔다.

창원시향 지휘자 김도기씨는 "올해 윤이상의 교향곡 5번을 한국초연하고, 내년에는 프랑스 현대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사망 10주기를 기려 통영현대음악제에서 그의 대작 '투랑갈릴라'를 연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이상 교향곡 5번도 바리톤 독창이 포함된 연주시간 70분의 대작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레퍼토리 개발 노력은 타성에 젖은 국내 여러 교향악단에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창원시향은 정기연주회 6회, 청소년음악회, 지역 순회연주회 등 연간 30~36회의 연주회를 갖고 있다. 현재 단원은 97명이다.

통영=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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