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20일로 대기권 밖 우주궤도에 발사된 지 꼭 15년을 맞았다. 1986년 2월 20일 발사 당시 '우주도시 건설의 서막' 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구 소련의 자긍심의 상징이었던 미르호는 예정했던 3년보다 5배나 긴 오랜 동안의 우주공간에서의 임무를 완수하고 용도폐기, 소멸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다음달 중순이면 불타지 않고 대기권을 통과한 수많은 잔해들이 호주와 칠레 중간지점에 엄청난 낙하띠를 형성하며 남태평양에 수장된다. 러시아 항공우주국은 지구 상공 280㎞ 지점에 떠 있는 미르호가 230~250㎞ 지점까지 내려오면 지구로 추락시킬 세부적인 일시와 지점 등을 계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리 코프테프 항공우주국 국장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부분의 미르호 잔해는 대기권을 통과하는 순간 불타 없어지지만 무게 30~40톤으로 추정되는 1,500여 개의 파편은 살아 남아 길이 5,000~6,000㎞, 폭 200㎞에 달하는 광활한 남태평양 해저에 떨어질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양계의 활동과 대기상태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정확한 추락 시기는 불과 몇 시간 전에야 공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우주국측은 미르호가 내달 8일께 지상 250㎞ 지점에 도달, 남태평양에 추락하는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일주일 정도 늦은 13~18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낙하에 대한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30~40분으로 예상되는 낙하 시간 동안 파편이 도시에 떨어질 확률이 0.02%로 극히 희박하며 추락지점도 주요 육상ㆍ해상로를 피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발사 직후 공중 폭발했던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가 있은 지 꼭 3주 후 구 소련 연방 카자흐스탄 바이크노루 우주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돼 미ㆍ소 우주경쟁사에 상징적 획을 그었던 미르호는 "챌린저호에서 사망한 7명의 우주비행사의 용기를 기린다" 는 취지로 이들 사진을 우주공간으로 운반, 화제를 모았다.
구 소련 우주프로그램의 마지막 '창작물' 이었던 미르호가 소멸함으로써 각국은 우주 경쟁 시대를 종식하고 2005~2006년 완공 예정인 차세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대표되는 협력의 시대를 맞아 우주 개발을 분업화한다.
가로 45m 세로 29m, 무게 130톤의 거대한 구조물인 미르호에는 지난 15년간 104명의 우주인이 방문, 1만6,500건 이상의 우주실험을 수행했다. 2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리비용 때문에 지난해 11월 16일 영구 폐기키로 결정됐으며, 현재 가치는 궤도에 올려질 때의 절반인 15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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