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가 또 한번 풍파를 일으킬 것인가. 지금 아시아 인접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작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내년 1학기에 보급될 역사 교과서 검정 신청본 가운데,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과거사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게 될 것이 틀림 없다는 보도 때문이다.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우익 편향적 학자 그룹이 집필한 검정 신청본은 지난해 12월 문부성의 1차 검정에서 이해 관계국 반발의 소지가 있는 표현과 서술 등 수백 곳을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모임은 이를 수용해 재검정 신청을 했는데, 내달 초순까지는 가부간에 결말이 날 것이라 한다. 문제는 이 교과서가 십중팔구는 검정을 통과해 2002년 4월 학기부터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정작업 막바지에 이른 지금 문부성은 "수정지시를 이행한 신청본을 탈락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다.
검정에 통과되면 4월중 견본 교과서가 공개될 예정인데, 그 내용을 보지않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된 서술과 용어를 고친다고 편향된 사관이 고쳐진다고 믿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이 교과서의 내용은 한국 중국 등 이해 관계국의 신경을 거스르는 데가 너무 많아, 과연 얼마나 수정될지 안심하기 어렵다.
가령 한일합방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합법적인 조치였다"는 식으로 기술하고, 군대위안부 기술도 삭제했다 한다.
아시아 침략에 관해서도 '진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난징(南京) 대학살은 증거가 없다는 식이라니, 1980년대 역사교과서 파동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 아닌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우익세력과 손잡은 이 모임이 문제의 교과서를 널리 보급하려고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권을 빼앗아 교육위원회에 돌려주기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47개 광역 자치단체의 과반수 이상이 이 청원을 수용했거나 심의중이라 한다.
일본이 어떤 역사 교과서를 만들건, 어떤 보급방식을 택하건 그것은 일본의 자유다. 그러나 그것은 일본 국내 역사에 한한 문제이지, 이웃나라와 관련된 것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일본의 침략 만행으로 인한 직접 간접 피해자가 수천만 수억명이 살아있는데 가해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미화하는 것은 너무 부도덕하다.
지구촌 시대에 일본인만이 진실을 허구로 믿게 하는 교육은 모든 일본인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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