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다 후련합니다." 회사원 김모(37)씨는 17일 오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우산을 반납한 뒤 뒷머리를 긁으며 돌아섰다."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지난 여름 갑작스런 폭우를 만나 빌려 쓴 우산 반납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되돌려 준 것. "쓸 때는 너무 고마웠지만 막상 집에 가져다 두니 내 것처럼 느껴져서.."
1997년 지하철 역에서 시작한 우산 대여서비스가 '밑빠진 독'이 되고 있다. 반납률이 절반을 약간 웃돌 정도로, 되돌아 오는 우산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
서울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1~4호선 114개 역사(驛舍)의 우산대여비치대에 새로 공급한 우산은 3,000여개. 97년 이후부터 따지면 1만여개의 우산이 '급한 불을 끈' 시민의 개인 소유가 된 셈이다. 역사마다 비치된 도서 회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시중가 1만여원대인 '골프장형' 대형 우산들이어서 해마다 3,000만원 이상 가외돈을 쓰고 있다"면서 "대기업이나 지하철역 인근 상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시민의식 실종으로 인해 불필요한 돈이 낭비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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