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신모(32)씨는 최근에 얻은 아들을 '사생아'로 만들 뻔 했다. 재작년 결혼한 신씨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뒤늦게 동사무소를 찾은 신씨는 "부인과 '백년해로' 할 자신이 없어 혼인신고를 미뤘다"고 말했다.
일단 살아본 뒤 혼인신고를 하려는 신세대 커플들이 늘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 "거추장스러워" 등이 '법적인 한 쌍'을 미루는 이유다.
예비신부 김모(26)씨는 "단지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 아닌가. 속박처럼 느껴지는 법적신고는 형식적이다"고 했으며, 이모(29ㆍ은행원)씨는 "마음이 맞지 않아 곧바로 헤어지는 커플들을 많이 봤다. 가능한 한 나중에 하겠다"고 말했다.
혼인신고 '기피족'들은 대부분 이혼 후 '기혼남' '기혼녀'라는 딱지를 피해보자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해 결혼 3개월만에 이혼한 심모(32ㆍ회사원)씨는 "곧 재혼할 애인에게 결혼사실을 말하지 않아 아직 총각인 줄 알고 있다"면서 "친척들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연말 소득공제나 각종 금융, 보험상품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하지만 감수하겠다는 반응이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이 전국의 기혼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혼인신고의 당위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결혼 2년 미만자들의 27.8%(111명)와 5년 이상자들의 11.8%(47명)가 "안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닥스클럽 관계자는 "신세대들은 결혼을 '책임'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면서 "독립된 주체로 살아가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팽배해짐에 따라 혼인신고를 기피하는 젊은 부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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