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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 줄인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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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 줄인다더니...

입력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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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의약분업을 시작했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지난해 8월 의약분업을 전면 시행한 이후 각 의료기관에서 환자에 처방하는 항생제가 양과 횟수에서 모두 늘어난 것으로 비공식 집계결과 나타났다. 항생제와 주사제 등 의약품의 오ㆍ남용을 막는다는 분업의 근본 취지가 퇴색해가고 있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시행 7개월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항생제 등 의약품 사용량에 대한 공식적인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가 지난달 민주당에 보고한 비공식 자료는 "의약분업이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 시행 3개월전인 지난 5월 각급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량은 진료 1건당 0.4개 였으나 같은해 10월에는 0.5개로 25% 늘었다.

이로 인한 항생제 투여횟수도 환자 1명당 4.8회 먹을 양에서 5.7회로 18.8%나 증가했다. 항생제 투여에 들어간 건강보험(의료보험) 약제비는 진료 1건 당 829원에서 1,113원으로 무려 34.3%로 뛰었다.

의료기관별로는 동네의원들의 항생제 선호가 두드러졌다. 동네의원들은 분업전 환자 1명당 5.3회 먹을 항생제를 처방했으나, 분업후에는 6.4회로 20.8%나 늘렸다. 그 바람에 보험 약제비도 진료 1건당 895원에서 1,206원으로 34.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업후 항생제 사용이 늘어난 원인은 우선 '잘듣는 약'을 쓰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관행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병ㆍ의원 경영난이 가중함에 따라 환자 유치를 위해 약효를 높이고, 비싼 약을 처방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약 처방은 의약분업 시행전에 비해 투여횟수가 42%나 늘어나 항생제 남용을 부추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A내과 원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때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으면 당장 환자가 줄어버릴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전체 약제비 추이를 보아도 분업후 국민들의 약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조제료를 제외한 진료 1건당 보험 약제비는 작년 5월 3,420원이었지만 같은해 10월에는 51.3% 늘어난 5,175원에 달했다.

투여횟수도 15.1% 불었다. 의약분업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주사제도 그동안 3차례 진료수가 인상으로 100원짜리 주사제가 처방료와 조제료를 합칠 경우 3,000원대에 달하게 돼 의료기관에서 남용될 소지가 크다.

울산대 의대 조홍준(가정의학과) 교수는 "호주나 영국처럼 항생제나 주사제를 많이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경고 또는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항생제나 주사제 처방빈도가 평균보다 높은 병의원은 실사 등을 통해 진료비를 깎는 등 의약분업의 보완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항생제 오남용 실태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교수는 지난해 12월15일 '아시아 서태평양 감염학회'에서 "한국은 페니실린 내성균율이 85.8%로 아시아 11개국 중 대만에 이어 2번째로 높다"고 발표했다.

송 교수는 1997~1998년 대만 등 아시아 11개국 소아 1,209명의 코에서 폐렴구균을 분리한 뒤 내성균율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페니실린 내성균률 2위란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균의 보균율이 두번째로 높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오남용 방지가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현존하는 최강의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으로도 죽지 않는 일명 '슈퍼 박테리아'는 1996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뒤 98년에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잘듣고 비싼 약을 쓰다가 치료 가능한 질병도 점점 고치기 힘든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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