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씨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감옥살이에는 옆사람과 몸을 부빌 수 있어 '겨울나기가 여름나기보다 낫다'고 했다. 몸의 추위야 옆 사람의 체온을 빌어 녹일 수 있지만 마음의 추위까지 녹일 수는 없다.강지원(33ㆍ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씨는 따뜻한 편지 한 통으로 재소자들의 추운 마음을 녹여 주는 사람이다. 그가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97년말. 사는 것에 지쳤을 때, 문득 낯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가장 외로운 사람, 그래서 내 얘기를 가장 절실하게 잘 들어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 보니 재소자들이더라구요." 답장은 기대하지도 않고 몇 통을 몇몇 교도소에 보냈는데 답장이 수 백통 쏟아졌다. "사람이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누구에게도 못할 얘기들을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내게 다 털어 놓았습니다."
며칠밤을 끙끙대며 답장을 썼으나 5분의 1도 답장을 못해줬을 뿐 아니라 내용도 형식적이 돼버려,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사람들을 모집해 98년 5월 '편지쓰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회원수가 400명쯤으로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다. "수백통씩 날라오는 편지에 비하면 아직도 적지요."
강씨는 매일 아침 성남우체국 사서함에 쌓인 편지를 찾아와 수신인 앞으로 다시 보내준 뒤 자신에게 온 편지에 답장을 쓴다. 한 달에 한 번은 사연들을 모은 '편지쓰는 사람들'이라는 조그만 책자도 펴내고 있다.
강지원씨는 그러나 감옥에서는 바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순수했던 사람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죄를 지을 때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글보다는 빵이나 돈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고.
더구나 화가인 남편과 2살 된 아이와 사는 강씨에겐 우표값도 만만치 않다. 강씨는 그래도 "편지를 나누는 동안의 순수함이 언젠가는 재소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의 동참을 바랐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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