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100만㎾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1994년 북미 제네바 핵 합의에 대한 수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미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과 학자들은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를 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제네바 핵 합의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화전(火電) 건설론
미 공화당 일각에서 '화전 건설론'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경수로를 이용한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과 경수로 공기 연장에 따른 북한의 비핵 의무 이행지연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여기에 경수로 공기가 지연될 경우 미국의 연간 50만톤의 중유공급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해 계산도 들어 있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도 여러 개의 소규모 화전이 북한 실정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화전 건설론'을 옹호하고 있다. 북한의 전력 계통의 낙후성을 인해 경수로 가동이 정지될 경우 냉각장치 가동에 필요한 소외전력(Off-site Power) 공급이 중단돼 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 입장
하지만 우리 정부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측은 경수로의 화전 대체 구상은 경수로 사업비 범위 내에서 화전 건설이 가능하고, 화전의 조기 건설로 북한의 핵개발 의혹 규명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점을 삼고 있다고 반박한다.
우선 경수로 2기 대신 무연탄 발전소(200㎿급 10기)를 건설할 경우 경수로 사업비 46억 달러보다 6억 달러 정도 절감이 가능하지만 화전 착공을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할 때까지 경수로 건설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수로 사업 예산을 초과한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수로 사업비는 올해 말까지 8억 달러, 내년 말까지 12억 달러가 지출될 예정"이라며 "화전 착공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매듭짓는 데 최소한 2년이 필요하다고 상정할 경우 무연탄 발전소를 짓는 데는 6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기 단축도 기대하기 어렵다. 경수로 1호기 완성까지 앞으로 7년이 걸리는 데 비해 화전 건설에는 5년이 걸릴 것이므로 2년 정도 핵 의혹 규명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화전 착공을 위한 핵 합의 수정과 공급협정, 차관협정, 주계약 협정 등의 개정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더구나 현재의 우리 국회 구성상 차관협정 개정을 위한 국회 비준동의를 받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플로토늄 생산 반박
경수로를 이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론적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북한이 영국, 프랑스 수준의 최첨단 재처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북한이 첨단 기술을 확보한다 해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감시 하에 있는 '사용 후 핵연료'를 전용할 경우 즉각 포착돼 경수로 연료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경수로가 북한 산업시설 가동 등 경제 활동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북한이 경제적 생존을 포기하는 대가를 지불할 각오가 돼 있지 않는 한 경수로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화전 대체론은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제안으로, 미국 신 행정부의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北경수로 부지조성 92% 완료… 2008년이후에나 완공 전망
1995년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 후 시작된 북한 함남 신포 금호지구 경수로 발전소 공사는 19일 현재 부지조성공사의 92%가 완료된 상태다.
경수로 건설을 위해 우리 정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으로 구성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97년 8월 첫 삽을 떴으나 2000년 2월 한전과 주계약(턴키 방식)을 맺음으로써 본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공사현장에는 남한 근로자 800여명, 북한 근로자 100명 정도가 부지조성을 위한 지반공사를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 부지조성공사가 끝나면 8월경 부지굴착 공사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현재 분야별 공정은 종합설계 11%, 기자재구매 15.8% 등이다.
전체 경수로 건설 공정측면에서 보면 현재 9~10%정도의 공사가 진행된 셈이다. 따라서 2003년까지 완공키로 한 북미간 제네바합의가 이행될 가능성은 없으며, 2008년 이후에나 경수로 원전이 북한으로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 건설 공사는 주계약자인 한전이 공사를 책임지며, 건설부문의 하청 업체인 현대 대우 동아 한중 등 국내 4개 업체가 지반공사 및 토목공사를 맡고, 경수로 설비 및 보조설비 하청업체인 한중과 미국과 일본의 업체 등이 경수로 설비를 제작하게 된다.
전체 공사비 46억달러 중 32억2,000만 달러는 한국측에서 10억 달러는 일본측이 부담한다.
경수로 건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수로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북한측과 마련하는 것이다. KEDO와 북한은 부지의정서, 훈련의정서 등을 이미 체결한 상이며, 품질보장 의정서도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다.
이중 주목된 문서는 북한 경수로 운전인력의 훈련을 명시한 훈련의정서다. 이 의정서에 따라 올 8월 쯤이면 북한 인력 일부가 남한의 원전에서 북한 인력들이 교육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측은 경수로 공사현장의 북측 인력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EDO는 월 110달러(단순노무자)인 노동자 임금을 600달러 선으로 인상해달라는 북측의 요구에 맞서 우즈베키스탄 인력 250명을 공사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북측이 이에대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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