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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콜릿' / 달콤쌉싸름한 '유럽풍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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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콜릿' / 달콤쌉싸름한 '유럽풍 우화'

입력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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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해 나온 듯한 영화 '초콜렛'(Chocolat)은 우화이다. 1959년 프랑스 작은 마을에 바람(북풍)처럼 어린 딸을 데리고 나타난 여인 비엔(줄리엣 비노쉬).그가 100년 동안 전통과 규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마을 사람들을 바꾼다. 그에게는 고대 마야인이 '신의 선물' 이라고 여긴 달콤한 초콜릿이 있다.

비엔이 만든 갖가지 초콜릿은 신비한 힘을 지닌다. 사랑과 정열을 되찾게 해주고, 슬픔과 아픔을 치유한다.

그러나 종교적 엄격함과 절제가 곧 통치이념인 시장 레너드(알프레드 몰리나)에게 사순절에 찾아와 주술적 행동으로 마을 사람들의 취향을 파악해 초콜릿을 권하는 비엔은 '마녀' 이고, 가게를 열어 진열해 놓은 갖가지 초콜릿은 '마약'이다.

시장은 불순분자(비엔)를 몰아내기 위해 종교적 절제와 신성한 삶을 마을 사람들에게 더욱 강요한다. 종교적 계율과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의 대결. 승부란 뻔하다.

매 맞는 아내 조세핀(레나 올린)은 비엔 집에 머물면서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비해, 조세핀을 폭행한 남편의 종교적 회개와 인간 개조가 일시에 수포로 돌아가는 것처럼 명확하다.

단단하고 오래된 것일수록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집주인인 아만드(조디 덴치)와 손자, 미망인 노파를 사랑하는 노인, 그리고 마지막 시장까지.

'초콜렛' 의 미덕은 그런 갈등과 변화를 격한 감정 대립이나 폭력이 아닌 유머의 충돌로 담은 데 있다.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의 덴마크 출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 희극적 요소를 집어 넣고, 비엔의 존재를 약간은 신비화 해 영화를 우화적 분위기로 끌고 간다.

그러면서 어쩌면 할리우드에서 이방인인 자신의 마음을 반영하듯 넓게는 마을 사람들과 비엔, 좁게는 비엔과 그의 연인이 된 부랑자인 로(조니 뎁)를 통해 '생각과 삶의 방식이 틀린 사람(이방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유럽풍의 코미디에 초콜릿의 달콤하고 쌉쌀한 맛을 살짝 입힌 느낌. 그래서 비엔은 비슷한 설정과 주제의 유럽영화 '안토니아스 라인' (감독 마린 고리스)의 안토니아, '바베트의 만찬' (감독 가브리엘 액셀)의 주인공 파판보다 덜 페니미즘적이고,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얕지만 더 인간답다.

연기하는 배우로 나이를 먹어가는 줄리엣 비노쉬의 친근한 모습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초콜릿' 이지만. 미국 자본이어서 영어 대사로 했을까. 일부 유럽배우들의 서툴고 어색한 억양이 내내 거슬린다.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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